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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맛집+집밥' 쌍끌이 열풍에 웃음꽃

중앙일보

입력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울었던 유통업계가 ‘음식 열풍’에 미소짓고 있다.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맛집 열풍’과 집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집밥 열풍’이란 모순되는 2개의 트렌드가 동시에 대세를 이루면서 수익 창구도 두 배가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꾸라지던 조미료 시장이 살아나고 백화점 실적이 식당가에 좌우되는 등 이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맛집 열풍은 메르스도 날려버릴 정도로 강했다. 메르스 공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월, 국내 백화점 매출이 10% 안팎으로 추락하는 와중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식당가는 오히려 매출이 51.9% 급증했다. 원인은 ‘맛집’이다.

이곳 식당가는 ‘초마’(짬뽕), ‘후쿠오카 함바그’(동양식 스테이크) 등 강남과 홍대에서 인기가 높은 맛집 5곳을 새로 들였는데 지난 5월 재개장 두 달 만에 매출이 전년대비 78% 늘었다. 특히 이중 54%는 신규고객이었다.

절반이 넘는 고객이 맛집을 찾아 백화점에 온 셈이다. 맛집 손님의 66%는 화장품 등 다른 물건을 구매해 백화점 전체 실적까지 올렸다. 신세계 영등포점 곽웅일 점장은 “요즘은 백화점에서 고객을 모으는 유일한 장르가 명품이 아닌 식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먹거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평양냉면 맛집 ‘봉피양’과 마약짬뽕으로 알려진 ‘송탄 영빈루’매장도 6월 매출이 다른 매장이 있었을 때보다 각각 60%, 65%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2%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롤링핀’ 등 강남 가로수길 디저트나 ‘PNB풍년제과’등 유명 베이커리만큼은 14.8% 고성장중이다.

사람들이 외식(맛집)을 즐기면 요리 제품 소비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집밥 백선생’등 유명 셰프들이 요리 열풍을 일으키면서 업계에선 부랴부랴 조미료 등 관련 라인을 보강하고 나섰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매출 톱3는 과자-주류-화장품 순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조미료 매출이 169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급증하며 화장품을 밀어내고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리브유·카놀라유 등 고급 식용유가 47.7%, 수입조미료가 25.8% 신장했는데 백종원 표 ‘만능간장’의 경우 방송에서 소개된 6월에만 매출이 19% 가까이 늘었다. 이마트 이석호 조미료 팀장은 “쿡방(요리방송)으로 직접 요리하는 인구가 늘어나 이마트 52개점에 이탈리아 움브리아주산 송로버섯(트러플)으로 만든 오일과 소스를 시범적으로 들여놨다”고 말했다.

집밥열풍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집 밖으로 확산하고 있다. 휴가지에서 직접 집밥을 해 먹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상 청정원은 찰고추장과 매운고추장, 쇠고기볶음 고추장을 60g 튜브형으로 내놨고 별다른 조리가 필요없는 ‘그대로 끓여돈 깊은맛 우렁된장찌개’, ‘캠핑용 양념듬뿍 쌈장’등도 출시했다. 풀무원의 ‘그대로 볶아먹는 야채믹스’나 소형 포장두부 등도 야외 집밥족 수요를 노린 전략 상품들이다. 대상 최광회 상무는 “온라인몰 등 다른 유통업계와 협업해서 나들이용 요리제품 기획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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