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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직격탄 … 6월 청년실업률 16년 만에 최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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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년 일자리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률은 한 달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10.2%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론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11.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 105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만9000명이 청년층이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건 메르스로 서비스업종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6월 전체 실업률은 3.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에 쏠린 청년 일자리의 현실이다. 그마저도 메르스 사태에 휩쓸렸다.

 온라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달 19~35세 회원 17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19.1%가 ‘메르스 때문에 하기로 했던 아르바이트가 취소됐다’고 답했다. 취소된 아르바이트 종류 가운데는 ▶행사 진행(31.0%) ▶놀이공원(14.0%) ▶음식점·서빙(13.1%) 같은 서비스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관악고용센터의 취업지원 담당 윤경의 파트장은 “메르스 영향으로 한 달 전보다 구인 요청이 줄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취소됐다. 뷔페식당 일은 원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다른 일자리가 줄어서인지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고용동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5월에 23만8000명이었던 도소매·음식숙박업 및 예술·스포츠·여가업의 취업자 증가 규모(전년 동월 대비)가 6월엔 18만6000명에 그쳤다.

일용직 취업자 증가폭도 5월의 13만6000명에서 6월엔 4만7000명으로 떨어졌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회복세를 보이던 고용 증가세가 메르스 여파로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둔화됐다. 직접적으로 메르스 영향을 받아 사라진 일자리 수가 14만 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장년층의 구직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6월 늘어난 취업자 32만9000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32만5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저임금에 열악한 근무환경, 임시직인 ‘삼저(3低)’ 일자리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양질의 일자리라고 일컬어지는 직군에서 청년층 대신 경력자를 뽑고 있고, 노동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과거 청년층이 많이 갔던 중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가 살아나면 고용시장이 같이 살아난다는 등식도 예전만큼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을 비롯한 전체 고용시장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인 만큼 정부는 기업과 함께 고용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메르스로 인한 청년 일자리 감소가 심각한 만큼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도 신속히 통과시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현택 기자, 노유정 인턴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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