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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살인·섹스…그리고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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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 연쇄살인범이 털어놓는 '살인의 추억'에 프랑스인들이 경악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창녀들의 대부로 활약하던 파트리스 알레그르(34).

그는 살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지역의 유명정치인.판사.고위 관리들이 미성년자가 포함된 난교(亂交) 파티에 수차례 참여했으며,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살인행각까지 교사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 중에는 툴루즈시 검찰청장인 장 볼프, 프랑스 최고 방송 규제당국인 고등시청각위원회(CSA)의 도미니크 보디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이 파티에서는 가학 및 자학.고문.강간.약물복용도 예사롭게 이뤄졌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대변인조차 살인범의 이름을 따 "지금 나라 전체가 '알레그르의 정사(情事)'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사건의 발단=1백15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1992년 한 해 동안 툴루즈에서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알레그르는 다섯건의 살인과 여섯건의 강간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2월 종신형에 처해졌다.

알레그르는 추가적으로 다섯건의 살인과 한건의 강간사건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알레그르는 현재 두건의 살인 혐의를 추가로 인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베푼 난교파티에 참가했으면서도 아무런 방패막이가 돼 주지 못한 높으신 분들을 비난했다.

알레그르는 판사와 경찰간부 외에 툴루즈 시장까지 지냈던 보디도 92년 살인을 지시한 사람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만만찮은 파장=프랑스 사람들은 지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알레그르는 감옥에서 프랑스 TV 뉴스앵커에게 보낸 비밀편지를 통해 "두 명의 창녀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인을 지시한 인물들의 이름을 밝혔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편지에서 알레그르는 "높으신 분들이 툴루즈의 한 아파트에서 '마르티네스의 입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남창인 마르티네스가 몰래 카메라로 당시 난교파티에 참가한 손님들을 찍어두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명된 당사자 중 일부는 발끈하고 나섰다. 보디는 "계획된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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