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경력 단절 여성’ 대신 ‘나미살녀’로 부릅시다

중앙일보

입력 2015.07.09 00:10

업데이트 2015.07.09 00:47

지면보기

종합 32면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최근 부산에서 ‘여성중앙’이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다. ‘경단녀’ 같은 줄임말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한국의 주요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는 걸 의미한다. 독일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지만 한국만큼 뜨겁지는 않다. 유럽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한 독일은 오래전부터 출산·육아 정책의 개선에 힘써왔다. 독일에선 출산 전 6주, 출산 후 8주 등 모두 14주간의 모성보호기간이 있다. 엘테른차이트(Elternzeit, 부모의 시간)로 부르는 육아휴직은 부모 모두가 3년까지 가능하다. 부모가 아이의 세 번째 생일까지 직장 일을 안 해도 일자리가 보장된다. 그 기간 중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1주일에 3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독일에선 파트타임 근무가 흔해 하루 네 시간만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적인 복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곤란하다고 충고한다. 장기적으로 경력을 쌓고 업무 기회를 얻고 싶으면 육아휴직 기간 중에도 회사와 소통을 계속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와 회의에 참여하고 재택근무를 하면 경력에 큰 도움이 된다.

 독일의 경험에 미루면 충분한 육아 기간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나중에 다른 직장에 원서를 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가능하면 이력서에 가족관계를 쓰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아이 엄마라는 이유로 고용주 입장에선 ‘일 욕심이 없다’ ‘집안일로 자주 결근할 것 같다’ 등의 선입견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육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직장을 쉬게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이럴 때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와 활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사이버학교·평생교육원을 다니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자기 계발을 해두는 것이 재취업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준다.

 아울러 다시 일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쉬어 나이가 들어버린 한국 여성분들에게는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다. 비서직·총무직이나 노인을 돌보는 업무는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독일에서도 이런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이런 분야 위주로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자신한테도,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처럼 고령화가 심한 한국에서도 아이를 낳는 여성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여자들을 ‘경단녀’ 대신 ‘나미살녀’로 불렀으면 좋겠다. ‘나라의 미래를 살린 여성’을 줄인 말이다.

다니엘 린데만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