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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씨스타·걸스데이…태양보다 뜨겁다, 걸그룹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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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여름, 걸그룹의 가요계 공습이 시작됐다. 미니앨범 ‘쉐이크 잇(Shake It)’을 발표한 씨스타를 선두로 AOA, 마마무, 걸스데이, 소녀시대 등이 잇달아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곧 앨범을 선보일 에이핑크, 원더걸스까지 가세하면 국내 웬만한 걸 그룹이 총출동한 모양새다. 각 걸그룹이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온라인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곡들이 발표 순서에 따라 차트 내에서 나란히 물결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여름철은 가요계 비수기다. 대학축제와 같은 각종 행사가 많은 봄ㆍ가을이 성수기로 꼽힌다. 그런데 국내 걸그룹에서는 이같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가요계의 일차적인 설명은 이렇다. “여름철이 주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걸그룹이 잘 어울린다”는 것. 7일 싱글앨범 ‘파티(party)’를 발표한 소녀시대도 ‘여름 소시’를 내세우며 본격 여름 공략에 나섰다. 이날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소녀시대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여름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고 싶어 여름 컴백 욕심을 냈다”고 전했다. 4인조 걸그룹 씨스타는 2011년 데뷔할 때부터 여름을 타깃으로 삼았다. 데뷔 이래 매년 여름마다 계절과 어울리는 댄스곡과 함께 컴백 해 가요계에서는 “여름엔 씨스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스타십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씨스타가 원래 건강미를 추구하고, 효린과 소유의 창법이 시원시원하다 보니 여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미·밝음·에너지·청량감 등이 여름 시즌을 겨냥한 걸그룹의 '이미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차적인 효과는 노출이다. 신인을 포함한 대다수 걸그룹이 섹시 컨셉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소녀 팬층이 단단한 남자 그룹과 다르게 걸그룹은 새 앨범을 낼 때마다 화제성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노출 있는 의상은 화제가 되기 좋고, 계절적으로 여름과 어울린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남자 그룹과 다르게 걸그룹은 국내 행사 매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걸그룹의 경우 여름에 승기를 잡으면 가을 행사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공식이 됐다”고 전했다.

노출 의상은 결국 선정성 논란과 이어진다. 7일 신곡 ‘링마벨’을 발표한 걸스데이의 경우 먼저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논란이 됐다. 멤버 넷이 입고 나온 수영복 때문이다. 무대 의상으로 수영복은 너무 선정적라는 지적이 나오자 소속사는 “수영복은 뮤직비디오 컨셉트일 뿐, 방송에서는 수영복을 무대의상으로 착용하지 않는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걸그룹이 올 여름 약속이나 한 듯이 속속 등장해 신곡 경쟁을 벌이지만 각 소속사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홀로 활동하는 것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인지도가 낮은 그룹일수록 오히려 신곡 발표 시기를 유명 걸그룹과 맞추는 전법도 쓴다. 대결구도를 좋아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비교군 안에 있으면 동급으로 거론된다는 점도 노렸다. 8인조 걸그룹 AOA는 씨스타와 같은 날(6월 22일)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걸스데이도 소녀시대와 같은 날인 7일 새 곡을 내놨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상과 헤어 스타일이 겹치는 것은 애교다. 곡 컨셉트도 비슷비슷해, 경쾌한 댄스곡에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필수로 들어간다. 한정된 작곡가군에서 계절 컨셉에 맞춰 나온 곡들이라는 얘기다. 이단옆차기,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등이 주요 작곡가인데, 이들만큼 걸그룹에 최적화 되어 있는 프로듀서 집단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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