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메라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새로운 카메라 ‘닉시(NIXIE)’가 소개됐다. 닉시는 팔찌처럼 손목을 감싸고 있다가 버튼을 누르면 공중으로 날아올라 촬영하고 다시 손으로 돌아온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신체에 부착해 사용하는 전자기기)와 카메라가 합쳐진 형태의 기기다. 이처럼 카메라가 첨단 기술이라는 옷을 입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무거운 카메라를 대신한다. 나아가 IT 기술을 접목한 카메라가 일상생활에서 즐기듯 사용하는 ‘ 엔터테인먼트 카메라’(여가시간을 즐겁게 하는 카메라)로 진화하고 있다.

“ 윙윙~.”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행물체 다섯 대가 동시에 하늘을 난다. 한쪽 바닥에서는 작은 자동차 모양의 기기가 빠르게굴러간다. 지난 주말 오후 인천시 송도 센트럴파크 광장의 모습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이색 기기는 무엇일까. 바로 놀이하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카메라다.
 엔터테인먼트 카메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부터 무게가 100g이 안 되는 적은 초소형 카메라 액션캠도 등장했다. 드론 전문 제조사 패럿(Parrot)은 드론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9월 모형 자동차 형태의 카메라를 새롭게 출시했다.

10만원대 드론, 초소형 액션캠
소니는 빔 프로젝트 기능이 탑재된 캠코더를 선보여 동영상을 찍은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여러 사람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엔터테인먼트 카메라가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카메라 중 대표적인 것은 카메라 기능이 더해진 드론(Drone·무인항공기)이다. 드론은 군사용이나 TV·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기기로 인식됐다. 하지만 요즘은 크기가 소형화되고 10만원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레저와 취미용으로 이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드론 동호회 아이드론파일럿클럽의 정동일 대표는 “회원들의 드론 기기는 크기와 모양이 모두 가지각색이다. 손바닥만 한 미니 드론부터 1m가 넘는 크기의 드론까지 서로의 기기를 살펴보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드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0% 늘었다. G마켓에서도 올 들어 5월까지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카메라를 활용해 평소 즐기는 스포츠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스포츠 동호회에서는 액션(Action Cam)을 활용해 역동적인 운동 모습을 촬영한다. 액션캠은 동작을 촬영하는 캠코더로 자전거를 타거나 물위에서 서핑하는 등 스포츠 활동을 할 때 기기를 손에 들지 않고 옷이나 신체 일부분에 기기를 매달아 촬영할 수 있는 초소형 기기다.

비행금지구역, ‘몰카’ 오인 주의
액션캠의 개발로 동호회 풍경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함께 만나 운동만 하고 헤어졌다면 이제는 운동은 물론 서로의 모습을 촬영하고 함께 영상을 관람한다. 네이버 레포츠 동호회 회원인 프로그래머 고경덕(31)씨는 “스노 보드를 탈 때 어깨에 액션캠을 달고 촬영하는데 사람들과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영상 속 모습을 보고 올바르지 않은 보드 자세를 지적하고 자세를 교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사람들은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풍경을 자신이 직접 기기를 조종해 촬영한다는 것에 성취감을 얻고 어릴 적 꿈꿔온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 욕망을 진화된 기기를 통해 대신 푼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에 새로운 기술을 더한 만큼 사용하기 전 꼼꼼히 따져야 할 유의사항이 적지 않다. 드론의 경우 단순히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기가 아닌 하늘을 나는 기기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kg이 넘는 드론은 관할 지방항공청에 신고해야 한다. 12kg 이하의 드론은 별도의 신고가 필요없지만 드론을 날리기 전 비행구역을 미리 살펴야 한다. 비행 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은 서울지방공항청 홈페이지(sraa.molit.go.kr)에서 알 수 있다.
 또 바닥을 구르는 카메라의 경우 치마를 입은 여성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운항정책과 위은환 사무관은 “기기를 작동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겠지만 제3자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기기에 대한 안전 준수사항을 숙지하고작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