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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두 알씩 먹어야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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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휩쓸고 간 지난 한 달 반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식품이 있다. 바로 비타민C다. 메르스 첫 환자 발표가 난 5월20일 이후 비타민C의 검색건수는 평소의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네이버 기준).

메르스를 극복하려면 비타민 C를 고용량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한 의대 교수의 글이 SNS를 타고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효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하루 권장량이 60㎎이라 일상적인 식사로도 충족한다는 것이다. 일부 의사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만큼 ‘없다’는 연구도 많다고 주장한다. 과량 섭취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타민C 관련 논문 게재 수가 가장 많은 서울대 의대 이왕재(해부학교실·전 대한면역학회장) 교수를 찾아 비타민C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짚어봤다.

▶영국산이 훨씬 좋다? X

비타민C는 단가가 낮다 보니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나라가 중국(6개 회사)과 영국(1개 회사) 두 나라밖에 없다. 만드는 방식은 동일하다. 예전에는 중국 제품의 품질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차이가 거의 없다. 석유로 만든 제품은 동물 실험용으로만 쓰인다.

▶비타민C는 노란색? X

비타민C의 원래 색깔은 하얀색이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노란색이다. 비타민C가 산화되면 노란색으로 변하므로 이 경우 산화 여부를 구별할 수 없다. 특히 비타민C는 산소와 열에 매우 약하므로 은박지로 개별 포장된 제품이 좋다.

▶천연비타민이 훨씬 좋다? X

천연비타민은 과일에서 추출해 합성비타민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연비타민도 과일에서 뽑아낼 때 황산 같은 강산 용매로 녹여 다시 배합하는 화학적 과정을 거친다. 진정한 의미의 천연비타민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격 차이만큼 이득이 없다.

▶흡수력이 높은 게 좋다? ▲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로즈힙이나 기타 첨가물을 넣은 제품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모두 흡수해 버리면 대장까지 도달하지 못해 대장 유산균 증식 등에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 일반 제품의 흡수율만으로도 충분하다.

키위는 국내 판매되는 과일 중
비타민C 함량이 가장 높다.

-비타민C 전도사로 유명하다. 왜 수많은 영양소 중 비타민C인가. 예컨대 마늘의 알리신이나 홍삼의 사포닌도 항산화·항바이러스 작용을 한다는 논문이 많지 않나.

“모든 포유류가 몸에서 합성하지만 유일하게 영장류만 합성하지 못하는 물질이 있다. 바로 비타민C다. 몸에서 합성하지 않으니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있지만 정상적인 식생활에도 불구하고 부족해서 죽을 수 있는 비타민은 ‘비타민C’ 뿐이다. 또 비타민C는 몸 전체 세포에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한다. 그런 유일한 성분은 비타민C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을 필요가 있나. 하루 권장량이 60㎎이라고 하는데.

“그게 문제다. 비타민C를 어느 정도 먹으면 죽지 않느냐를 실험해 나온 게 60㎎ 권장량이다. 최소한 괴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양이다. 죽지 않을 만큼의 양과 건강하게 살기 위한 양은 달라야 한다.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동물을 조사해 보니 하루 평균 사람 체중으로 환산했을 때 6000~1만8000㎎만큼의 비타민C를 합성해 사용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에서는 약 2만㎎까지 합성량이 증가했다.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세포와 장기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그만큼의 비타민C를 합성하고 있다. 인간은 적어도 6000㎎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지 않나.

“맞다. 인체와 동물은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비타민C 권장량과 동물의 생체 합성량은 현재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건 잘못된 거다. 인간과 같이 비타민 C가 합성되지 않는 야생 고릴라도 과일류를 통해 비타민C를 하루 4500㎎ 섭취한다. 비타민C를 권장량만큼만 섭취하면 괴혈병은 안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비타민C를 풍부하게 공급함으로써 막을 수 있는 노화 예방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과량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나.

“비타민C는 과량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는 유일한 비타민이다. 몸에서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남은 건 소변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단순한 배출이 아니라 배설된 활성산소로부터 방광벽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나는 평소 4000㎎씩 세 번(1만2000㎎)을 먹지만 과로할 때는 2000~4000㎎을 더 먹기도 한다. 일반 사람은 하루 2000㎎ 정도를 세 번(총 6000㎎) 먹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와병 중인 사람은 섭취량을 더 늘려도 상관없다.”

-속쓰림·설사·신장결석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복용법이 잘못돼 그런 것이다. 비타민C는 산(Acid)이다. 위로 들어가면 당연히 따갑다. 오렌지주스도 빈 속에 먹으면 따가운데 그걸 부작용이라고 하지 않는다. 식사와 함께 섭취하면 위가 따가운 일은 없다. 설사는 장내 세균총에 갑작스러운 자극이 와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워낙 적은 양의 비타민C에 적응돼 있다 보니 처음 고용량을 섭취하면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서서히 섭취량을 늘린다. 설사 현상은 길어도 3~4일을 가지 않는다.

신장결석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비타민C 섭취량이 많으면 결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맞다. 비타민C가 대사되면서 수산으로 바뀌어 칼슘과 결합돼 돌이 생성된다. 하지만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방아쇠 역할을 하는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돌은 생기지 않는다. 그 방아쇠 작용을 일으키는 사람이 100명당 1명꼴이다. 그런 분은 꼭 비타민C 섭취가 아니라도 결석이 생긴다. 신장결석이 무서워 값싸고 유익한 비타민C를 먹지 않으면 손해다. 신장결석에 대한 가계력이나 병력이 있던 사람은 비타민C를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괜찮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세포와 기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뇌와 부신에는 비타민C의 혈중 농도가 다른 곳의 200배에 이른다. 비타민C가 없으면 호르몬도 안 만들어지고 뇌세포도 빨리 노화된다. 눈에도 수정체를 보호하기 위해 비타민C가 집중돼 있다. 간을 보호하고 피부의 콜레겐을 만드는 것도 비타민C다.”

-효과 없다는 논문들은 뭔가.

“비타민C를 고용량(하루 6000㎎ 이상)으로 섭취하는 게 아닌 일반 용량(100~1000㎎)으로 섭취했을 때 플라시보 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논문이 간혹 나온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용량이 중요하다. 비타민C는 고용량으로 섭취했을 때 효과가 나타난다.”

-비타민C를 먹는 횟수와 시간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모든 음식물은 위장에 들어간 뒤 일종의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이 때 비타민C를 섞어주면 발암 물질 생성이 억제된다. 그러니까 밥 먹을 때마다 비타민C를 먹으라는 말이다. 공복에 먹으면 위산 때문에 위가 따가우니까 밥을 네댓 숟가락 정도 먹어 위가 어느 정도 찼을 때 1000㎎짜리 두 알을 먹는다. 발암 물질 생성을 원천 차단하자는 거다. 또 비타민C는 섭취 후 3시간 뒤 가장 높은 혈중 농도를 보이고 그 후 3시간이 지나면 모두 소모된다. 그래서 6시간 정도마다 공급해 줘야 혈중 고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세끼 식사 때마다 식사 중간에 먹으면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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