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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팀 ‘광주스타일 말춤’에 선수촌 분위기 후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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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23면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가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화려한 개회식을 시작으로 12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195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첫 대회가 열렸던 U대회는 만 17~28세 대학·대학원생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학 올림픽’이다. 146개국 1만3000여 명이 참가한 광주 U대회는 육상·수영·축구·태권도 등 21개 종목에 걸쳐 치러진다.

‘열전 12일’ 막 오른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참석을 기대했던 북한은 불참했다. 지난 2일 끌로드 루이 갈리앙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이 “우리는 북측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끝내 출전하지 않았다. 중동 국가로는 이란·레바논·오만·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가 참가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21개 종목, 516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한국은 금메달 25개를 따내 2011년 중국 선전 대회에 이어 종합 3위 입상을 목표로 잡았다.

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경기에서 한국 손태랑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뉴시스]

유도 조구함, 펜싱 송종훈 첫 날 금메달
한국의 첫 금메달은 유도에서 나왔다. 조구함(23·수원시청)은 4일 남자 유도 100㎏급 결승에서 프랑스 클레멍 델베르트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의 송종훈(22·한국체대)도 남자 사브르 종목 개인 결승에서 러시아의 드미트리 다닐렌코를 15-12로 꺾고 금메달을 보탰다. 이에 앞서 김나미(21·독도스포츠)는 1m 스프링보드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 개막 전 각국 선수들은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유니버시아드 선수촌에서 입촌식을 가졌다. 이 입촌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 선수단은 지난달 30일 입촌식을 마친 뒤 장내에 울려 퍼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신나게 말춤을 췄다. 입촌식 전에도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몸을 흔들던 미국 선수들은 아예 한 무리가 무대에 올라가 깜짝 군무를 선보였다. 일사불란하게 춤추며 즐기는 미국 선수들 덕분에 선수촌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광주 U대회에 선수단 605명을 파견한 미국은 남다른 팀 구성도 눈길을 끈다. 각 종목에서 대학생 정예 선수들을 선발해 대표팀을 구성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다수 단체 종목에 단일 학교 팀을 대표팀으로 내보냈다. 미국은 남자농구·야구, 여자축구·남녀 수구 등 4개 종목에 단일팀을 대표팀으로 파견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은 미국 대학농구 명문 캔자스대 남자팀이다. 1898년 창단돼 117년 전통을 자랑하는 캔자스대는 농구를 창안한 제임스 네이스미스(1861~1939) 박사가 초대 감독이었고, 윌트 체임벌린(1936~99), 폴 피어스(38·워싱턴), 앤드루 위긴스(20·미네소타)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를 다수 배출한 명문 팀이다. 캔자스대 출신 선수 중에 16명이 NB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토너먼트 우승도 3차례(1952·1988·2008) 달성했다. 빅12 콘퍼런스에서는 2005년부터 11년 연속 정규시즌 최고 승률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미국 선수단이 입촌식을 마친 뒤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사진 광주 U대회 조직위원회]

미국 농구, 8년 만에 우승 도전장
‘농구 종주국’ 미국은 U대회에서 89년부터 6회 연속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특히 2013년 카잔 U대회 때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미국은 2007년 노던 아이오와 대학 이후 8년 만에 조직력을 갖춘 단일 대학 팀을 내보내 자존심 세우기에 나섰다. NCAA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캔자스대를 통해 농구 종가의 명예 회복을 노린다.

 3학년 포워드 페리 엘리스(22), 2학년 가드 프랭크 메이슨(21) 등 당장 NBA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다. 미국 내 관심도 높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이번 대회 캔자스대의 전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할 예정이다.

 2003년부터 캔자스대를 맡고 있는 빌 셀프(53) 감독은 “미국 대학농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NCAA 토너먼트에 나가는 기분이다. 광주에 온 건 우리 팀 역사에서도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다. 엘리스도 “같이 호흡을 맞춘 동료들과 U대회에 참가해 뜻 깊게 생각한다. 광주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금메달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학교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캔자스대는 왼쪽 가슴에 미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문양을 달고 뛴다. 브라질(5일), 칠레(7일), 세르비아(8일), 스위스(9일)와 잇따라 맞붙는다.

 20년 만에 U대회 정식 종목으로 선보인 야구는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의 타이탄스가 미국 대표팀으로 나선다. 75년 창단된 타이탄스는 NCAA 컬리지 월드시리즈에서 4차례(1979·1984·1995·2004년)나 우승한 명문 팀이다. 프로야구 KIA에서 활약 중인 브렛 필(31)이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마지막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필은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스탠퍼드대 여자 수구팀 승률 9할 넘어
명문 대학들도 미국 대표로 나선다. 남자 수구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여자 수구는 스탠퍼드대 팀이 참가한다. 지난해 NCAA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던 UCLA 남자 수구팀은 2013년 카잔 U대회 때도 미국 대표로 나서 5위에 올랐다. 스탠퍼드대 여자 수구팀은 2010년 이후 각종 공식 경기 승률이 0.929(156승12패)에 이를 정도로 최강 팀이다. 여자 축구는 콜로라도대가 광주를 찾았다. 콜로라도대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0으로 꺾었다.

 미국은 카잔 U대회 때도 남녀 수구·테니스·배구에 대학 단일팀을 대표팀으로 파견했다. 1281개의 대학 스포츠 팀을 거느리고 있는 NCAA의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성장한 팀들 중에 실력 있는 팀이면 누구나 국제 대회에 파견돼 경험을 쌓고,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크레이그 요나스 미국 선수단 부단장은 “대학의 유망주들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U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만 전문적으로 하는 엘리트 선수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탠퍼드대 여자 수구팀은 선수 19명 전원이 체육 전공자가 아니다. 미국학·컴퓨터과학·커뮤니케이션 등 전공도 다양하다. 대학생 선수답게 학교 수업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존 태너 스탠포드대 여자 수구팀 감독은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또래의 세계 선수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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