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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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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배명복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경빈 기자 중앙일보 부장
조셉 나이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이미 명백해졌다”며 “레버리지를 가진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에 찍었다. [김경빈 기자]

미국이 지는 별이면 중국은 뜨는 별이다. 아직은 ‘미국의 세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국도 빛을 잃고, 시들 것이다. ‘미국의 세기’는 언제 막을 내릴 것인가. 과연 예상대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자신들의 세기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미국 최고의 국제정치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셉 나이(78)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미국의 세기는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지속될 것이지만 ‘중국의 세기’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거대 질문에 대한 나이 교수의 고민과 탐색을 담은 책이 최근 나왔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Is the American Century Over)』다. 한국어판(도서출판 프리뷰) 출간에 맞춰 지난달 24일 나이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의 세기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결정한 1941년 시작됐다는 게 귀하의 견해다. 하지만 저서(『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지적했듯이 냉전 기간 중 미국은 소련 때문에 절반의 헤게모니만 행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끝난 91년부터 미국의 세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19세기 말 이미 미국은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가 됐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글로벌 세력 균형의 중심은 아니었다. 냉전이 끝난 91년 비로소 유일 초강대국이 됐다. 2차 대전 참전과 더불어 글로벌 세력 균형의 중심에 다가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19세기 말과 냉전이 끝난 91년의 중간인 41년을 미국 세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미국이 자신의 세력 범위를 태평양 동부로 한정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그때가 미국의 세기가 끝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귀하는 내다봤다.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은 미국의 세기를 연장하기 위함인가.

 “미·중 관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중국이 국력을 더 키우면 미국을 태평양 서부에서 몰아내려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미 국익의 관점에서 동아시아가 갖는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점을 소홀히 하면 미국의 세기는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귀하는 인구 구성과 셰일가스 등 에너지 혁명 덕분에 경제적 역동성 면에서 북미의 미래가 동아시아보다 밝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세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긴가.

 “인구와 에너지 측면에서 북미가 가진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다. 경제력을 포함한 종합적 국력에서 이른 시일 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정보화 시대에는 군사력보다 스토리 파워가 더 중요하다는 게 귀하의 견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소프트 파워 국가로 남아 있는 한 미국의 세기는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인가.

 “소프트 파워는 강압에 의하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매력과 설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힘의 이동보다 분산이 더 문제인 정보화 시대일수록 내러티브가 중요하다. 스토리가 미국이 가진 힘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까닭이다.”

 -귀하는 저서에서 미국의 세기는 끝나지 않았고, 다음이 중국의 세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역사의 종언’처럼 들린다.

 “나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말한) ‘역사의 종언’류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미국이 가진 탁월한 힘을 포함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인 호레이스 월폴은 북미 대륙의 식민지를 상실함으로써 영국의 세기는 끝났다고 했지만 산업혁명에 힘입어 영국의 세기는 그 후 200년이나 더 지속됐다. 국가의 일생이란 사이클에서 지금 미국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지지와 성원 속에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미국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일본이 30년대의 군국주의적 국가로 회귀하거나 지난 70년간 유지해온 민주주의와 평화주의가 바뀌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일본인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부분적인 변화로 일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아베 정부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세계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한국인의 생각이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는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좀 흔들렸지만 결국 아베 총리 스스로 두 담화를 존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사실상의 핵 무장국인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동북아의 핵 도미노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

 “그동안 미국은 핵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북한과 몇 번이나 협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이 확인한 것은 북한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점이다.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깨진 ‘2·29 합의’가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로 나온 게 전략적 인내라는 접근법이다. 인내한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북한 핵은 이란 핵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테헤란과는 협상을 하면서도 평양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아시아 회귀를 위한 명분 축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의심도 든다.

 “결심에서 핵 보유까지 걸리는 기간을 1년으로 벌리는 정도의 합의만으로 과연 이란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선을 넘었고,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진지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 때 협상에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압박만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을 상대할 최적임자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이 가진 레버리지를 사용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 체제의 변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은 사실상의 세습왕조체제다. 북한 체제의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지난 예측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북한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귀하는 저서에서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동북아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인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역내 미사일방어망을 확충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귀하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막기 위해 미국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동아시아 국가들로 일본과 호주·인도를 꼽았다.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내가 언급한 나라들만큼의 규모는 아니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중요한 플레이어다.”

 -미·중 경쟁의 요체는 양질의 동맹국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에 있다는 옌쉐퉁(중국 칭화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이 지역에서 중국과 밀접한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이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을 지속하는 한 그런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중국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미·중 사이에 낀 지정학적 위치는 한국에 축복인가 저주인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강대국의 힘을 이용해 가까운 강대국의 위협에 대비한 보험을 드는 것이 두 강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성공적 전략의 핵심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재균형 정책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올바른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 아닌가.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과의 무역은 물론이고 사회적 교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중국과 엄청난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고, 25만 명의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한·미·일 3각 동맹의 완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3각 동맹을 반중(反中)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에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끔찍했던 30년대를 정리하고, 21세기의 잠재력에 집중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는 더욱 안정되고 번영하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쿠야마 교수가 미국의 극단적 파당 정치를 꼬집기 위해 만든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정치)’란 신조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면 맞는 점도 있지만 과장돼 있다고 본다. 미국의 건국 선조들은 원래부터 비토크라시가 되도록 정치 시스템을 설계했다. 미국 정치체제는 효율성보다 자유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조셉 나이는 …

1937년 미국 뉴저지 출생. 프린스턴대 졸업. 옥스퍼드대 정치학 석사.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77년 카터 행정부 국무차관보·국가안보회의의장. 94년 클린턴 행정부 국방부 국제안보담당차관보·국가정보위원회의장. 2009년 국제정치학자들이 선정한 국제 정치와 미국 대외정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케네디행정대학원 학장 역임. 하버드대 석좌교수. 『국제 분쟁의 이해』 『소프트 파워』 『권력의 미래』 『제국의 패러독스』 등 다수의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