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공방 불씨 된 미흡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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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가 2일 발표됐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82일 만이다. 13명의 검사가 투입돼 오랫동안 수사를 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했을 뿐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6명의 정·관계 고위 인사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 140명을 조사했고, 33번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돈을 준 장본인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의지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우선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자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들에 대한 계좌 추적도 하지 않았다. 전·현직 청와대비서실장 3명 등 역대 최고 거물급 정치자금 리스트가 공개됐으나 이 중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3명뿐이다. 게다가 수사팀은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수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곁가지’라 할 수 있는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까지 파헤쳤다. 이는 수사팀 역량을 분산시켜 본건 수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치적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사 로비 의혹은 다른 수사팀에 맡기고 특별수사팀은 리스트 수사에 집중했어야 옳았다.

 검찰은 구체적 단서 없이 의혹만 갖고 계좌를 추적하거나 소환 조사할 수 없다고 변명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인 만큼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을 파헤쳤어야 한다. 1997년 한보 비리 수사 때 재수사팀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사표를 각오한 수사 의지로 ‘정태수 리스트’ 의혹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권유죄(無權有罪), 유권무죄(有權無罪)”라며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루한 정치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좀 더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했더라면 이 문제로 인한 더 이상의 갈등과 국정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