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alk Talk] 2% 아쉬운 정부 블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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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유익한 한 주였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페이스북에서 김 빠진 콜라 활용법을 배웠고, 국민연금공단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외국 광고 사진을 구경했으며, 여성가족부 블로그에서 영화 연평해전을 소개받았습니다. 통계청 블로그에서는 올 여름 빙수 트렌드를 안내받았고요.

 요즘 정부 부처와 기관의 공식 SNS에는 이런 맛집·유머·생활정보 글들이 자주 올라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SNS 활성화를 마음먹은 부처나 기관들은 대개 홍보업체에 돈을 주고 운영을 맡깁니다. SNS 계정 운영과 콘텐트 수급, 필진 관리까지 묶어 연간 1억~3억원 정도가 시장가격입니다. 업체는 콘텐트 일부는 자신들이 제작하고, ‘대학생 기자단’이나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으로 필자도 모집합니다. 이들에게선 건당 1만~10만원 정도의 싼 값에 기사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나온 글의 소재와 깊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주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와 트위터에는 ‘취업성형 이야기’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하다 성형 후 취업에 성공한 회사원의 사례를 가명으로 적고는 ‘선한 얼굴 인상을 갖도록 노력하라’고 결론냈습니다. 네티즌들이 ‘외모 차별 옹호하냐’ 비난하자 고용노동부는 글을 삭제했습니다. 대학생 기자가 쓴 이 글은 취업 성형 풍조를 비판하는 언론 기사 몇 개와 성형외과 홈페이지의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었습니다.

 시점에서 엇박자가 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국민연금공단 블로그 게시글 36건 중 12건은 국민연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승엽 400호 홈런볼’, ‘행복해지는 음식’, ‘매너 모의고사’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언론사 기사 내용을 베끼고 보도사진까지 갖다 붙여 만든 글들이었습니다. 당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내용 때문에, 온 나라의 관심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쏠린 때였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블로그에는 소득대체율의 '소'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 ‘여름 맞이 근육 키우는 법’ 글을 게시한 질병관리본부 블로그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기관의 SNS라고 항상 딱딱한 내용만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와 친근함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어디선가 본 듯한 글들을 올려 클릭을 얻는 것이 공공기관의 소통은 아닐 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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