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대신 … 물 만난 래시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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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긴팔 수영복’

왼쪽은 래시가드를 입은 배우 고준희. 지난해 민효린을 모델로 한 래시가드 화보로 화제가 됐던 스포츠웨어 브랜드 ‘배럴’은 고준희를 올해의 모델로 내세웠다. 오른쪽은 빌라봉의 남성용 래시가드.

검게 타는 것 방지하고 노출 부담 덜어
스타 마케팅과 함께 ‘국민 수영복’ 등극
딱 맞는 사이즈 입어야 … 물속에선 커져

몇 년간 인기몰이 해온 비키니의 시대가 가고 래시가드(rash guard)가 올여름 국내 수영복 시장을 장악했다.

 래시가드란 목부터 허리까지 상반신을 완전히 감싸는 형태의 수상 스포츠웨어다. 하반신을 감싸는 형태는 워터레깅스라고 부른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래시가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경우 올 들어 래시가드 판매량이 지난해의 6배로 늘었다. 헤드 측은 “5월 말까지 전년 대비 500%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6월엔 메르스 사태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270% 이상 증가한 실적”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뿐 아니라 ‘지오다노’나 ‘탑텐’ 등 중저가 의류 브랜드에서도 1만~2만원대의 래시가드를 내놨다. 지난해 처음 온라인 쇼핑몰에 시범적으로 래시가드를 내놨던 스포츠 브랜드 ‘스케쳐스’는 올해 생산량을 대폭 늘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예인 수영복으로 입소문

래시가드 인기가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서핑족을 연상케 하는 ‘서퍼 패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국내 스포츠웨어 브랜드 ‘배럴’이 민효린을 모델로 내세워 찍은 화보가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신생 브랜드였던 배럴은 민효린 화보로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이를 본 다른 스포츠 브랜드들도 올해 신민아·이민호·김수현 등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며 속속 래시가드 제품을 출시했다. 원래 여름은 스포츠웨어가 잘 안 팔리는 때다. 하지만 올해는 래시가드를 여름 비수기의 돌파구로 삼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수상 레포츠 전문 글로벌 브랜드인 ‘빌라봉’은 래시가드 판매가 대폭 늘어나 올해 판매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래시가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래 주력 상품은 ‘보드숏’이라 불리는 반바지였다. 빌라봉의 국내 수입·유통사 ‘라온’의 임종혁 실장은 “올해는 한국의 래시가드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문했다”며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을 보고 호주 본사에서 ‘어떻게 팔려고 하느냐’며 걱정해 이를 이해시키는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태닝 꺼리는 한국인 많이 입어

해외에서는 래시가드의 인기가 국내처럼 높지 않다. 수영복 대신 래시가드를 입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상반신 전체를 감싸는 래시가드는 서핑·웨이크보드 등 수상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만 입는다. 자외선을 차단하고 물속에 떠 있는 부유 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장시간 물속에 있을 경우를 대비한 체온 유지 기능 등 기능적인 면이 중요하다.

 하지만 간단한 물놀이를 즐기는 수영장이나 해변에서는 굳이 입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에서 유독 래시가드가 수영복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논현동 액션스포츠 전문 편집숍 ‘쇼군’의 최승우 매니저는 “미주·유럽권 사람들과 달리 태닝을 즐기지 않는 한국인이 래시가드를 많이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여름부터 1년간 각종 SNS에 언급된 23만 건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15 생생트렌드』를 출간한 타파크로스는 올해 래시가드의 인기를 전망하며 비키니의 불편함, 수상 레포츠에 대한 관심 증가, 피부 보호,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그 이유로 분석했다.

스포티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져

스포티즘이 강세를 보이는 최근 패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패션 전문 홍보회사 비주컴의 김민정 이사는 “래시가드가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더불어 자기 자신을 잘 가꾸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래시가드는 노출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신축성 좋은 원단이 거들 같은 기능을 해서 몸매를 좋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이라 몸매에 자신 있는 이들의 경우엔 멋진 몸매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최근 래시가드를 구매한 주부 김혜진(38·강남구 삼성동)씨는 “지난해는 비키니 수영복 위에 배나 팔뚝 살을 가릴 수 있는 옷을 덧입었다”며 “래시가드는 상반신 전체를 가려줘서 자외선을 차단한다는 게 맘에 들어 올해는 가족 모두 수영복으로 입을 래시가드를 한 벌씩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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