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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초상화 언제 그리나 … 요즘 북한 1호 화가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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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에서 김일성 전 주석의 얼굴 초상화는 ‘수령 영상’이나 ‘태양상’으로 불린다. 김일성의 얼굴이 들어가는 선전용 그림·벽화에는 반드시 태양상을 표준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다. 김성민(66) 만수대 창작사 부사장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고 지도자의 과거 혁명활동이나 현지지도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1호 창작가(화가)’ 중 한 명이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도 북한에선 이미 공개돼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초상화의 존재여부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뒤 한국을 찾은 문범강(60·사진)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가 답을 내놨다. 문 교수는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1호 화가들 사이에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상화를 누가, 언제 그릴지가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미국 시민권자 자격으로 2011년부터 최근까지 평양을 일곱번 방문한 문 교수는 천경자(91) 화백의 사위다.

 그는 “김정은의 얼굴을 그린 그림은 2012년 평양에서 열린 국가미술전람회 때도 안 나왔고 지난해 말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스케치 등으로 초안을 그린 뒤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해야 지도자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이 “아직은 아니다”라며 사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하버드·콜럼비아 대학에서 북한 미술 강연으로 호평을 받은 문 교수는 지난 26일 북한대학원대학에서 ‘동시대 미술을 통해 본 평양’이란 주제로 특강 했다 . 그는 “분단 때문에 북한에서 역설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들이 만들어져 희소가치가 있다”며 “ 해외 컬렉터(수집가)들이 수 십만 달러를 투자해 북한 작품을 사들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국가미술작품심의위원회가 화가별로 그림 가격을 책정하는데 몰골화(沒骨畵·윤곽선 없이 그린 그림)의 대가인 김동환(54)의 작품(30호)은 1만 1200달러(약 1257만원)나 된다고 문 교수가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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