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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쏘고 엉덩이 찌르고 … 코파 아메리카 망친 ‘나쁜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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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미 축구 최강국을 가리는 2015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가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29일(한국시간) 상대 선수의 엉덩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성추행 반칙’을 저지른 칠레 수비수 곤살로 하라(30)에게 A매치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라는 지난 25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8강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17분 오른손 중지로 상대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28·파리생제르맹)의 엉덩이를 찔렀다. 깜짝 놀란 카바니는 하라의 얼굴을 쳤고, 맞고 쓰러진 하라를 본 주심은 카바니에게만 옐로 카드를 꺼냈다. 카바니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우루과이는 후반 35분 결승골을 내줘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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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와의 경기를 앞두고 카바니는 아버지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때문에 시름에 잠겨 있었다. AP는 ‘카바니의 부친이 24일 음주 상태에서 트럭을 몰다 19세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이 때문에 카바니가 잔여 경기 출전을 깊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하라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면서 카바니를 향해 “네 아버지는 20년동안 감옥 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고 모욕적인 말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교묘하게 욕설을 한 뒤 지네딘 지단(프랑스)에게 박치기를 당하면서 퇴장을 유도한 마르코 마테라치(이탈리아)를 보는 듯 했다.

 경기 후 카바니를 비롯한 우루과이 대표팀은 “억울하다” 는 반응을 보였고, 뒤늦게 하라의 행위가 알려지자 팬들은 ‘신의 손가락(finger of god)’이라며 비판했다. 하라의 소속팀인 마인츠(독일)의 크리스티안 하이델 단장도 격분했다. 그는 “하라의 행동을 용인할 수 없다. 연극배우처럼 행동한 하라의 모습에 화가 난다. 그를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팀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칠레 대표팀은 스트라이커 아르투로 비달(28·유벤투스)의 음주운전 사고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비달은 지난 17일 산티아고 인근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페라리를 몰고 가다 사고를 냈다. 비달은 음주 상태에서 경찰을 향해 “나를 체포하라. 날 체포하는 건 칠레를 파괴시키는 짓”이라며 저항하기도 했다. 팀내 비중이 큰 비달을 제외할 수 없었던 칠레축구협회는 비달의 대표팀 잔류를 허용했고, 그는 18일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칠레 언론은 ‘비달이 음주운전 뿐만 아니라 폭언-모욕죄까지 더해 최장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3·바르셀로나)는 18일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에서 상대 수비수를 공으로 가격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면서도 주심에게 욕설을 퍼부은 네이마르는 A매치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8강에서 파라과이에 져 탈락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28·바르셀로나)는 지난 27일 8강 콜롬비아전에서 관중의 레이저 공격을 받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콜롬비아 팬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메시의 얼굴에 레이저를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나 메시는 꿋꿋이 경기를 뛰었고,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올랐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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