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묵은 최루탄 '꽝'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03.06.05 18:13

업데이트 2003.06.0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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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의 '최루탄 사용론'(본지 6월 5일자 1, 4면)이 5일 파문을 몰고 왔다.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 반발했다. "최근 집회나 시위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최루탄을 쏴야 할 정도의 폭동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웬 말이냐"였다. 경찰청장 교체 요구도 했다.

반면 일반인들의 환영 분위기도 많았다. 관심은 이달 들어 예정된 대규모 시위에 실제로 최루탄을 쏘는 사태가 생길 것인가다.

예정된 집회는 13일 서울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석할 '여중생 범대위', 2만여명이 모일 20일의 농민연대 집회 등. 혹 최루탄이 터진다면 1998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찰은 "지금의 상황이 최루탄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과격 폭력시위 강력대처 방침'을 천명한 만큼 여의치 않을 경우 서울 하늘에 모처럼 최루가스가 퍼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미 경찰청은 지난달 말 '훈련용 최루탄을 직접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보냈다. 그리고 일선 경찰서에선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간 1차 훈련을 했다. 99년 '무(無)최루탄 원칙'선언 이후 4년 만의 훈련을 진압경찰들은 꽤 거북하고 생소하게 받았다고 한다.

경찰청 경비1과장인 박수현 총경은 "그동안 최루탄을 쏘지 않으면서 훈련마저 소홀해져 최루탄 장비를 사용해 본 경험자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런 훈련을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최루가스차 운전요원 등에게는 매주 이론과 조작요령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구매를 중단했던 훈련용 최루탄을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사들이고 낡은 발사장비도 바뀌게 된다.

4년간의 훈련공백은 경찰이 보유해온 최루탄의 상당수를 못쓰게 만들었다.

5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인 최루탄은 60만발. 이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내부 장약이나 약품이 굳어버려 불발탄이 됐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60만발이면 96년 사용량을 기준할 때 3년치다.

최루탄 발사기는 3천6백96기 중에서도 37기는 녹이 슬거나 방아쇠 부분이 고장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경찰이 99년 이후 최루탄 구입을 중단하면서 야산화공.대화화공 등 생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지금은 몇몇 중소기업이 수출용으로 제작을 하고 있다.

특히 80년대 후반 민주화 시위 바람 속 '최루탄 호황'으로 연간 매출이 5백억원을 넘어섰던 삼양화학도 95년 부도가 난 뒤 방위산업 전문기업에서 세제원료.페인트수지 등을 생산하는 중견 화학기업으로 변신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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