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블랙홀 IS, '피의 금요일'로 1주년 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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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피의 금요일’로 불리는 프랑스·튀니지·쿠웨이트에서의 테러로 60여 명이 숨졌다. 그 중 튀니지·쿠웨이트 테러를 두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선 자신의 고용주를 살해한 테러범이 IS를 추종하는 글귀를 남겼다.

29일은 이른바 IS가 이슬람 황금기인 정통 칼리프 시대(632~661년)의 부활을 공언하며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지 1년. 이날을 전후로 중동과 유럽에서 동시 다발적 테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서구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된 게다.

IS는 어느덧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벌이거나 테러범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99년 요르단 태생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에 이어 2010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지도자로 있으면서 소규모 무장단체이던 IS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통치하는 ‘국가’가 됐다. 올 2월 ‘영어로 말하는 무하지룬(이주자)에 대한 공지’라는 문서를 통해 영어가 모국어인 6~14세 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개교했다고 알리는 일이 있었다. 자체 통화도 발행했다. 군사적으론 미국 등 서구와 아랍의 수니파 왕정국가들의 계속된 공습에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 ‘탄력성’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2만 명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불러 모으는 ‘블랙홀’이 된 이유다. IS 스스로도 맹렬히 서구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유혹하고 있기도 하다. 또 IS에 충성을 맹세한 단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시리아를 거쳐 아프리카의 리비아·튀니지·알제리를 잇는 거대한 IS 세력권이 형성됐다. 어느덧 ‘테러 제국’이 됐다.

튀니지의 관광지 수스 해변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38명을 살해한 튀니지의 대학생인 세이페딘 레그쥐는 30분간 살인극 동안 한 마디만 했다고 한다. 튀니지인들을 향해 “당신들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서구 관광객들을 목표로 했다는 의미다. IS도 테러 이후 ‘아부 야햐 알카이루아니’라는 가명의 테러범 사진을 공개하며 “칼리프 국가의 전사들이 매춘과 악덕·이단의 소굴을 공격했다. 처단한 사람 대부분이 칼리프 국가와 전쟁을 벌이는 ‘십자군 동맹국들’(서구 지칭)의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망자 중 영국인은 최소 15명이다. 영국으로선 2005년 7·7 지하철 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를 겪었다. 아일랜드·독일·벨기에인도 포함됐다.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후 IS의 ‘윌라야트 나즈드’(사우디아라비아 지역) 지부는 아부 술레이만 알무와헤드란 조직원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리옹 인근에서 가스화학 공장을 폭발시키려 했던 야신 살리는 자신의 고용주인 에르베 코르나라를 참수하곤 머리를 들고 셀카를 찍었다. AP통신은 “(살리가 찍은 참수 사진의)최종 수신자는 시리아 내 IS 점령 지역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의 2세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살리는 감옥에서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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