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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직격 인터뷰

아일린 브레슬린 미국 간호대연합회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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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남정호
남정호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상선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 부장
22일 아일린 브레슬린 미국 간호대연합회 회장이 메르스·에볼라 등 신종 전염병 환자 간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종합적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상선 기자]

수그러들 줄 모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의 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다. 25일 현재 180명의 메르스 확진 판정자 중 병원 관련 종사자는 모두 34명. 이 중에서도 간호사가 가장 많은 12명으로 의사(6명)의 두 배에 달한다. 의료종사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최전선에 선 간호사들이 변변한 보호장비도 지급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착용법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때마침 서울 세계간호사대회(ICN)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아일린 브레슬린(60) 미국 간호대연합회(AACN) 회장을 초대해 전염병 노출 고위험군인 간호사의 보호 문제와 교육 방안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ICN이 열리고 있던 22일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메르스 같은 복잡한 질병엔 복잡한 해법 필요

- 이번 방한 목적은.

 “서울에서 열린 ICN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이 행사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1만6000여 명의 간호사가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들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

 - 미국에서는 몇 명이 왔나.

 “내가 속해 있는 미국 간호대연합회에서는 3명이 왔으며 미국에선 모두 50~60명의 간호사가 참여했다.”

 - 한국에서 메르스가 유행 중이라는 걸 알고도 왔나.

 “매사에 그렇듯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이런 내용을 파악한 뒤 별 주저 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올바르게 밝혔지만 메르스는 잘만 대처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다.”

 - 입국 뒤에도 메르스가 우려되지 않았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ICN에서 만든 홈페이지가 아주 잘돼 있어 메르스 발생 국가 및 전염 조건 등에 대한 정보들이 시시각각 업데이트됐다. 또 TV와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몇 명이 확진자로 판명됐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어 별로 우려하지 않았다. ICN 주최 측에서 각별히 신경을 썼는지 회의장 입구에도 손 세척제가 많이 갖춰져 있어 안심이 됐다.”

 - 한국에 오면서 메르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가.

 “메르스는 미국에서는 매우 드문 질병이기 때문에 이번 한국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이번 ICN에서도 메르스 대처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이 강구될 걸로 생각한다.”

 - 미국에서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에볼라가 터진 적이 있었는데.

 “메르스는 우리가 미국에서 경험했던 에볼라 같은 전염병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볼라·사스·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이 유행하면 간호업무 자체와 간호사들을 관리하고 일반인들을 보호하는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게 마련이다. 새로운 것이 늘 그렇듯, 이 질병은 매우 복잡하다. 복잡한 질병은 복잡한 해법을 필요로 한다.”

 - 복잡한 질병에는 복잡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게 뭔가.

 “좋은 질문이다. 복잡한 해법을 찾아내려면 한 개인뿐 아니라 그를 돌보는 가족과 공동체 등 팀 전체를 봐야 한다. 그러므로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인, 의료기관 관리자, 의사 등 관련자 전체가 서로 잘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확실한 정보를 얻고 제대로 장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치유한다는 최종 목표를 각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

 - 에볼라 발발 뒤 AACN은 어떻게 대처했나.

 “AACN의 대응 방안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에볼라 발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70개 이상의 간호단체들을 소집했다. 그런 뒤 45만여 명에 달하는 간호학과 학생과 1만8000명의 교원을 어떻게 새롭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하여 가장 확실한 의학적 증거들을 골라내 이를 토대로 다른 보건 관련 단체들과 함께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으며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학생들과 교원 및 환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 어떤 결론은 얻었나.

 “이런 복잡한 상황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잘 짜인 팀워크는 환자들의 회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팀워크는 어쩜 과학의 본체일 수도 있다. 우리 협회는 에볼라 발생 이후 아주 신중하게 간호대의 단계별로 교육 내용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래야 바칼로레아(대학 예비과정)와 석사·박사 등 단계별 학생들에게 어떻게 의료팀의 멤버로 참여해 활동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또 동료들과 잘 협력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칠 수 있다.”

 - 전염병과 일반 질환 간호에서의 차이라면.

 “전염병의 경우 환자는 물론 가족 및 공동체 모두를 최우선으로 둬야 하고 이들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환자 외에도 공동체와 정부, 비정부기구(NGO)들을 한자리에 모아 복잡한 상황을 이해시키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학생들에게 역점을 두고 가르치는 내용은.

 “학생들에게 때로는 불확실성을 다루어야 하고 거기엔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이에 대한 해답을 성실하게 찾아가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선 답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순간에 놓이게 될 때도 있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가용한 자원 내에서 주어진 기구들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교육한다. 간호사이기에 의사와 같은 다른 의료진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 전염병 환자들을 간호할 때 주의점은.

 “하나의 사이즈가 모두에게 맞지 않듯, 모든 인간은 개개인의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가이드라인, 특히 가장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을 좇되 이를 잘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상황을 잘 살펴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사람마다 고유의 체형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미시적·중간·거시적 수준에서 복잡한 시스템을 관찰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 전염병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메르스 초기 단계에서 감염자들이 나온 병원 이름을 밝히지 못하게 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게다가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정보도 부족하고 당시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 의견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아프리카에서 일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자 CNN에서는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장면을 생방송했다. 당시 장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당시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은 이송을 담당한 요원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적절하게 보호되고 있는지, 그리고 보호복을 제대로 입고는 있는지 하는 걱정이었다. 에볼라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적절한 진단은 물론 의료진의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한국에서는 불행히도 많은 의료진이 감염됐다. 이로 인해 의료진 보호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 역시 나로서는 미국 경험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급속히 전개되는 복잡한 상황에선 하나의 방법만이 항상 옳지는 않은 법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에볼라, 메르스 대책 같은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로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 환자가 들어오면 간호사로서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나.

 “미국 텍사스에 있는 우리 학교에서는 간호사들에게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각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분리해서 배치하라고 확실하게 교육한다. 감염 위험이 높은 전염병은 특히 이 같은 원칙이 중요하다.”

 -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에겐 어떤 의료장비가 제공되었나.

 “고글 및 보호복 등 각종 보호장비가 나눠졌는데 이를 착용하는 방법도 무척 중요하다. 환자들을 돌보는 모든 의료진은 의무적으로 가운과 장갑을 착용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 착용하는 것도 그렇게 중요한가.

 “물론이다. 이 때문에 본인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가 해당 보호장비를 올바로 착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벗는지 옆에서 확인하도록 훈련한다. 미국에는 각종 상황에 맞추어 의료진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 전염병 발생 시 의료인용 매뉴얼이 있나.

 “CDC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 모든 전염병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

 - 미국에선 간호대 학생들에게 메르스 발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가르치나.

 “전염병이 발발한 상황에서 환자 간호는 물론 자신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잘 보호할 수 있을지 가르친다. 간호사 교육의 기본 커리큘럼이다. 때로는 실제 상황이 일어난 것처럼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여기에 맞는 시나리오도 미리 만들어 둔다. 각종 특수한 재해가 일어났을 경우를 상정해 각 단계에 맞는 대처 방법을 훈련한다.”

 - 전염병을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뭔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확실히 조치하고 모든 간병인 역시 잘 보호돼야 한다. 따라서 격리 과정, 손 세척 등 모든 기본적인 간호 절차와 기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글=남정호 논설위원
사진=김상선 기자

아일린 브레슬린은 …

아일린 브레슬린 미국 간호대연합회(AACN) 회장은 산부인과 간호사로 출발, 애리조나대에서 석사를, 콜로라도대에서 박사를 땄다. 학계로 투신한 뒤 행정가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아 매사추세츠대와 텍사스대의 간호대 학장을 역임했다. 관심 분야는 여성 보건 및 간호사 업무 환경 등으로 간호사에 대한 폭력 및 이들의 마약 중독 실태 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인터뷰 후기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아일린 브레슬린 회장은 인터뷰 내내 주의 깊고 자상한 태도였다. 만남에 앞서 브레슬린 회장은 함께 온 미국 간호대연합회 사무총장과 내년부터 이 단체 회장으로 일하게 된 후임자, 그리고 남편을 대동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이번 인터뷰는 동영상으로도 촬영해 인터넷으로도 방영된다. 이 때문에 브레슬린 회장은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반복해 이야기해야 했지만 전혀 싫은 기색 없이 줄곧 성실하게 답변해 줬다.

 간호대연합회 관계자들은 인터뷰 내내 옆에서 대화 내용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생각을 후임자에게 전달해 주려는 브레슬린 회장의 배려심을 느끼게 했다.

 함께 온 남편 빌 이스라엘 미국 샌안토니오대 교수도 저명인사다. 뉴욕타임스·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미 유력 신문의 기자와 CBS·ABC 등에서 앵커로 활약했던 그는 경륜 있는 언론인으로, 현재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스라엘 교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칼 로브와 절친해 그의 언론 전략을 다룬 『점령된 국가(A Nation Seized)』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