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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백범 추도식을 방산비리 반성의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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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용수 기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26일로 백범 김구(金九) 선생이 돌아가신 지 66주년을 맞는다. 그의 아들(김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추도식을 연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관계, 독립유공단체장 등 300여 명이 모일 예정이다.

 매년 이 자리를 빼놓지 않고 찾았던 한 사람의 참석 여부가 유동적이라고 한다. 백범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공개활동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처장은 해군의 해상작전 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국업체로부터 14억원을 수뢰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김구 선생의 손자가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는 자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김구 선생의 업적은 일일이 나열할 필요조차 없다. 김창암, 김창수, 김두래, 김구(龜)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자신을 던진 그의 삶은 독립운동사 자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맡은 뒤 한인 애국단(1931년)에 이어 창설한 한국 광복군(1940년)은 대한민국 군대의 뿌리로도 여겨진다. 현대사를 연구한 국방부 당국자는 “김구 선생은 무력투쟁을 통한 항일 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해 한국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없는 독립자금을 쪼개 일본과의 전쟁을 위해 소총과 탄약 등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백범가’는 지난해 병무청이 지정한 ‘병역 명문가’이기도 하다. 선생의 아들 김신은 일제강점기 중화민국 공군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광복 후엔 한국 공군 창립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1960년 6대 공군참모총장이 됐다. 김신의 아들이자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들인 김진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과 김양 전 처장도 각각 공군에서 병사와 장교 복무를 했다. 김양 전 처장의 아들도 공군에서 장교 생활을 하는 등 4대(代)가 군 복무를 한 기간을 합치면 335개월에 이른다. ‘병역명문가’로 선발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런 ‘병역명문가’의 영예는 역설적으로 손자가 휘말린 무기납품비리 의혹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김구 선생 집안의 영욕사보다 우리 군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산비리의 고질적 병폐가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26일 김구 선생 추도식은 선생의 손자까지 의혹에 휘말리게 만든 우리 군의 토양을 통렬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양 전 처장의 아버지 김신 전 총장은 자서전(『조국의 하늘을 날다』)에서 “백범 김구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자랑의 원천이었지만, 늘 나와 가족의 어깨 위에 드리워진 버거운 숙명이기도 했다”고 썼다. 선생의 가족이 느끼는 그 부담과 짐의 무게를 우리 군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