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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경 없이는 성장률 3%마저 어렵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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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어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애초보다 0.7%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우리 수출이 그만큼 어렵고 내수가 부진한 데다 마땅한 반전 기회도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밖으로는 그리스 위기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여전하고 안으로는 메르스 사태까지 겹쳤으니 그럴 만하다. 더 맥 빠지는 건 3% 성장마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 15조원의 재정 보강이 이뤄져야 달성 가능한 수치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추경 규모와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당은 메르스 맞춤형의 작은 추경을 주장하고 정부는 가뭄과 경기 부양까지 효과를 볼 수 있게 ‘10조원+α’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시가 급한데 야당도 동의한 추경을 여당이 딴지 거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왕 한다면 추경은 ‘충분히 빨리’ 하는 게 좋다. 2013년에도 17조원 넘는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을 0.3%밖에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때보다 안팎의 경제 상황은 더 나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년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메르스 충격이 세월호보다 컸다는 의미다.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넣고 효과는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멀리는 찔끔찔끔 넣었다 뺐다 하다가 20년을 잃어버린 일본이 반면교사요, 가깝게는 ‘2m·1시간’ 매뉴얼만 고집하다 나라 전체가 뻥 뚫린 메르스 방역이 본보기다.

 세출 추경뿐 아니라 세입 추경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벌써 3년째 재정 적자가 큰 규모로 나고 있다. 애초 예산이 우리 경제 능력에 비해 부풀려 잡혀 있다는 의미다. 이걸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4분기께엔 세수 부족으로 재정절벽을 맞을 수도 있다.

 당장의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 가능 성장의 기틀을 닦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노동·공공·교육 4대 부문 개혁이 필수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하는 걸로 봐선 국회 탓, 노동계 탓만 할 뿐 아예 개혁엔 손을 놓은 듯하니 걱정이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