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논미리 이웅재(49)씨 양계장. 이씨는 양계장 곳곳에 죽어 있는 닭을 수거했다. 이날 하루 폐사한 닭은 50여 마리. 요즘 죽은 닭을 수거하는 게 이씨의 새로운 일거리가 됐다. 이씨는 “가뭄으로 신선한 물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며 “물 공급 문제로 닭이 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동안 양계장 옆 관정이나 1㎞가량 떨어진 개울에서 물을 길어다 썼다. 하지만 가뭄으로 지난달 초 두 곳의 물이 모두 말랐다. 화천군은 지난 1일부터 급수차로 하루 10t의 물을 이씨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3만 마리 이상의 닭이 마시기엔 크게 부족한 상태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에서 박명석(57)씨가 기르던 300㎏의 어미 돼지 2마리도 최근 폐사했다. 박씨는 “관정에서 막 퍼올린 시원한 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데다 무더위까지 겹치자 돼지가 이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돼지 1800여 마리를 길러온 박씨는 하루 25t 정도의 물을 사용했다. 그동안 100m 깊이의 관정에서 물을 퍼올렸는데 지난달부터 하루 17t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박씨는 부족한 물을 15㎞가량 떨어진 마을에서 자신의 화물차로 실어 나르고 있다. 물통에 담아온 물은 미지근하고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양식장에서도 가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하수로 송어를 키우는 춘천의 한 양식장은 매일 100여 마리의 송어가 폐사하고 있다. 송어는 냉수성 어종이라 물을 24시간마다 갈아줘야 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서 지역엔 다음달 5일까지 두 차례 비 소식이 있다. 하지만 5~30㎜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해갈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