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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 부분폐쇄 무기 연장 … 정부 "진정세 판단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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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은 한산했다. 하루 평균 2만 명에 달했던 방문객은 지난 14일 부분폐쇄 이후 100~200명 선으로 줄었다. 환자 보호자는 방문기록부를 작성해야 문병이 가능했고 의료진도 발열 검사를 받는 등 출입 통제가 계속됐다. 한 보안 요원은 “1분이라도 출입구를 나갔다가 들어오면 반드시 체온을 잰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택배기사 김형우(49)씨는 “이렇게 계속 통제하는 게 예방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까지였던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기간은 무기한 연장됐다. 신규 환자의 외래·입원·수술 중단과 면회객 제한 등은 당분간 계속된다. 부분폐쇄 기한은 응급실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55)가 격리된 날로부터 잠복기를 더한 날까지 설정됐으나 병원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연장됐다. 이날 추가 확진자는 50세 여성(177번 환자)이다. 지난달 27~30일 발열과 기침 때문에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14번 환자(35)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일이 불분명해 잠복기를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 전날에는 4·8·9일 외래 진료를 받았던 75세 남성(174번 환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에 따른 감염 가능일(12일)은 훌쩍 넘겼으나 여전히 하루에 한 명꼴로 삼성서울병원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민관 합동태스크포스 즉각대응팀 소속인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밀접 접촉으로 파악되지 않은 사람 중에 확진자가 나오면 그를 기준으로 ( 폐쇄가) 자동 연장된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기한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된 정부 대응팀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폐쇄 해제를) 결정하고, 병원이 이를 수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외에도 부분폐쇄 병원은 늘어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6일 76번 환자(75·여·사망)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51세 남성(176번 환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신규 외래·입원을 중단하고 면회객을 제한했다. 한양대구리병원은 170번 환자(77)가 들렀던 응급실 진료를 23일부터 중단했다. 강릉의료원도 소속 간호사(54·여·179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그는 96·97·132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환자들의 입원을 도왔고, 일부 환자를 서울로 이송할 때 구급차에 동승했다. 당시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비도 착용한 상태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보호장비를 벗을 때 노출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 등 68명은 자가격리됐다. 이지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비롯해 공무원 3명은 23일 오후부터 집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지난 22일 의료진 격려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해 해당 간호사와 인사를 나눴고,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건국대병원의 176번 환자와 평택박애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간병하다 감염된 178번 환자(29)는 보건당국의 격리대상 리스트 밖에 있었다. 메르스 추가 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는 총 8명이 됐다. 강릉의료원 간호사 외에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162번)·간호사(164번)·의사(169번), 건양대병원 간호사(148번)와 아산충무병원 간호사(163번) 등이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발(發) 추가 환자가 그치지 않는 데다 병원 부분폐쇄가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이날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전망을 유보했다. 이달 중 종식시킨다는 말도 쑥 들어갔다. 권덕철 실장은 “지난 주말까진 진정세로 보고 있었지만, 현재로선 답을 할 수 없다. 추가적으로 확산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고 밝혔다.

정종훈·김민관 기자, 강릉=박진호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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