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치른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모평) 채점 결과 국어B·영어는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모평에서 국어·수학·영어 중 두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수능처럼 상위권 학생 간 변별력이 떨어지는 ‘물수능’이 이번 모평에서도 재연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험생 56만5853명이 치른 6월 수능 모평 채점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채점 결과 국어B와 영어는 만점을 받은 응시자 비율이 각각 4.15%, 4.83%였다. 두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은 모두 100점(원점수)으로, 한 문제만 틀리면 2등급이 될 만큼 평이하게 출제됐다.
지난해 수능에 비해 이번 모평은 국어는 쉽게, 수학은 어렵게 출제됐다. 인문계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국어B는 지난해엔 만점자가 280명(응시자의 0.09%)에 그쳤을 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모평에선 1만2537명이다. 지난해 만점자가 4%를 넘겨 ‘물수능’ 논란을 빚었던 수학B(만점자 0.98%)는 이번에 어렵게 출제돼 국·수·영 중 유일하게 만점자 비율이 1%를 넘지 않았다.
영어는 만점자가 속출했던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 시험이 쉬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떨어지는데, 이번 모평에서 영어의 표준점수 최고점(128점)은 지난해 수능(132점)보다 4점 낮아졌다. 정부는 수험생 부담 경감, 사교육 억제 등을 위해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모평에선 EBS 교재 지문을 변형한 문항들이 도입됐으나 수험생에겐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매년 6, 9월 두 차례 시행되는 모평은 본 수능의 출제 방향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평가원 측은 이날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경감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9월 모평도 6월 모평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쉬운 수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전년도 수능에서 어려웠던 국어는 쉽게, 쉬웠던 수학은 다소 어렵게, 영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두 문제를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상황은 올해도 벌어질 수 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쉬운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반복 학습으로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대표는 “한두 문제의 실수로 등급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상위권 학생은 정시 대신 논술 전형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쉬운 수능에선 국·수·영보다 탐구과목이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서울 휘문고 신종찬 진학부장은 “특히 자연계 수험생이 응시하는 과학탐구는 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에선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탐구과목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잠실여고 안연근 교사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생부의 영향력은 반대로 커진다. 재학생이라면 우선 기말고사에 집중해 좋은 성적을 얻는 데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다음 모평은 9월 2일 실시된다. 모평 원서 접수 기간은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