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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다시 맞는 6·25 … 전쟁의 기억과 ‘기억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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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 6·25 전쟁 65주년을 맞는다. 1950년 북한군의 기습 남침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이 시작된 날이다. 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300여만 명이 희생돼 한반도는 피폐화됐다. 그 후 이 ‘절망의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서 2만8000달러로 치솟는 경제 기적을 일구었다. 산업화는 물론 정치적 민주화도 동시에 이뤄내는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모범국가로 우뚝 섰다. 여기에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래서 이런 전쟁의 기억이 점점 잊혀져 가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최근 20대 이상 성인 남녀 1193명에게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45.7%가 “6·25 전쟁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한 북침(北侵)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성인 1000명에게 6·25 전쟁 발발 연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36%가 연도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북한은 어제 또 ‘6·25 북침설’을 제기하며 한국과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논설에서 “미국이 남조선괴뢰들을 내몰아 도발한 조선전쟁은 인류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야만적인 침략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6·25 전쟁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6·25 전쟁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집착으로 인해 역사발전이 퇴행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값비싼 교훈조차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6·25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남북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도 전쟁의 아픔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한 기억의 전쟁도 함께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