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10년 뒤에 보자 … 발톱 내민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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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18일 중국의 철도업체인 중국중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770㎞ 길이의 고속철도 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2008년 고속철도를 처음 개통한 중국은 현재 28개국과 고속철 수출 협상을 하고 있다. 중국보다 4년 앞선 2004년 KTX를 운행하기 시작한 한국은 고속철 수출 실적이 전무하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국토가 넓어 시험하고 상용화할 구간이 많아 고속철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했다”며 “전기자동차, 태양광, 풍력발전 기술도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고급형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선 한국이 아직 우위라고 평가되지만 전체 제조업을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중국이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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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중국제조2025’에는 그런 인식이 드러나 있다. 중국은 이 계획에서 세계 제조업 강국을 3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1강국은 미국, 2강국은 일본과 독일, 3강국은 중국과 영국, 프랑스, 한국이다. 중국제조2025 계획은 중국이 2025년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 등이 속한 3그룹에서 벗어나 일본과 독일이 있는 2그룹으로 올라가겠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차세대정보기술과 고정밀수치제어 및 로봇, 항공우주장비 등 10대 산업 발전계획도 수립했다. 또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보기술(IT)과 제조업의 융합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2025년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국내 제조업이 생산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한 한·중 FTA 경제적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FTA를 통한 무역과 투자 활성화로 향후 10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0.9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부 업종별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분야는 농림·수산업이 아니라 바로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경우 처음 5년간 연평균 7019억원, 10년간 4687억원의 생산감소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값싼 중국산 공산품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해를 보는 제조업 분야에 2025년까지 8035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에서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10년이 넘어야 한다. 15년 후에야 연평균 603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예측됐다. FTA 발효 후 10년 이내에선 우리 쪽 관세 철폐 폭이 크고, 한국의 주력 품목은 10년이 지나야 수혜를 보는 구조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 개발과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만일 10년 안에 중국이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면 FTA를 통한 생산 증대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 농산물이 불리해도 제조업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FTA를 추진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이런 추세면 FTA를 통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교수는 “FTA로 한국은 지식노동을 하고 중국은 생산을 담당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제조업이 일자리의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핵심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제조업 등 전 분야에서 한국의 혁신 역량이 중국보다 떨어져 있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창업과 혁신을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김민상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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