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가세요” 내비가 한국어로 안내 … 온천·신궁 찾기 참~쉽죠

중앙일보

입력 2015.06.25 00:02

업데이트 2015.06.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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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다카치오 아마노이와토에 있는 동굴 안 신사. 신들이 이 동굴에 모여 종적을 감춘 태양의 신아마테라스 오미가미를 찾아내려고 회의를 열었다는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규슈(九州)는 일본의 큰 섬 4개 중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섬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섬이기도 하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3분의 1 정도가 규슈를 찾는다. 지난해에만 8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규슈를 여행했다. 최근 규슈 여행의 트렌드는 단연 렌터카 여행이다. 일본은 우리와 운전 방향이 반대여서 일본에서 운전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어 서비스가 되는 내비게이션이 렌터카에 장착된 뒤로 손수 운전해서 규슈를 여행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규슈 렌터카 여행의 두 모습을 소개한다. 하나는 일본 렌터카 여행 초보의 여행기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핸들을 잡은 여행기자의 여행기다.

일본 운전 초보의 북규슈 온천 탐방기

한국어가 지원되는 내비게이션

규슈 렌터카 여행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였다. 불안감을 떨칠 용기, 그리고 국제면허증이었다. 경찰서에서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았다. 해외에서 운전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셈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규슈 후쿠오카(福岡)에 내렸다. 곧장 공항 안에 있는 렌터카 업체 카운터로 향했다. 렌터카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뒀다. 차종은 도요타 프리우스. 내비게이션도 달렸다. 한국어도 지원되는 기특한 기계다. 전화번호로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어 편했다.

다자이후텐만구의 소 동상

후쿠오카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 신사를 첫 목적지로 결정했다. 신사에서 만나게 될 신에게 이번 여행이 무사히 끝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일본은 우리와 운전 방향이 반대다. 좌측통행 운전이 낯설었다. 대신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한국어는 익숙했다. “한동안 길 따라 쭉 가세요.” 다행히 제때 안내가 나왔다. 차선 바꾸기를 시험해볼까 하고 우측 방향등을 넣는 순간, 와이퍼가 움직였다. 이런 실수는 사흘 내내 이어졌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구로카와(黑川)·유후인(由布院)·벳푸(別府) 등 규슈 북쪽지역의 이름난 온천마을을 운전해서 방문하는 것이었다. 지도를 펼쳐보니 세 곳 모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구마모토(熊本)현(縣, 우리의 ‘도’에 해당) 구로카와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30분 거리였다. 시내에서는 방향이 헷갈렸지만, 큰 도로에 들어서 직진만 하니 한국처럼 편안했다. 구로카와는 료칸(旅館) 20여 개가 모여있는 자그마한 온천 마을이었다. 건물마다 벽을 연한 베이지색으로 칠하고 검은 기와를 올렸다. 색감을 통일해서 마을이 더 정돈돼 보였다. 료칸에 짐을 풀고 노천탕으로 향했다. 부드러운 온천수에 잔뜩 긴장했던 온몸을 맡겼다.

지옥을 연상시키는 벳푸 온천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이튿날은 오이타(大分)현의 이름난 온천도시를 돌아다녔다. 유후인을 거쳐 벳푸까지 차를 몰았다. 구로카와에서 유후인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 걸렸다. 유후인도 벳푸 못지 않은 온천 명소다. 아니, 요즘은 유후인이 더 유명하다. 일본 관광경제신문의 ‘2014년 일본 온천 100선’ 조사 결과를 보면, 유후인이 전체 2위에 올라 규슈에서 1등을 차지했다. 벳푸가 4위였고, 구로카와는 8위였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긴린코(金鱗) 호수까지 이어진 상점가를 따라 걸었다. 메이지(明治) 시대 풍의 건물에 예술가의 갤러리, 아이스크림과 크로켓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상점가 끝에서 만난 긴린코 호수에는 물안개가 피어 있었다. 차가운 호수와 뜨거운 온천수가 빚은 장관이었다.

다시 벳푸까지 30분을 달렸다. 벳푸는 규슈가 용암 위의 땅이라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는 고장이다. 일본 전체 온천 용출량의 약 10%가 벳푸에서 흘러나온다. 벳푸만을 바라보고 빼곡히 들어선 호텔과 료칸 굴뚝에서 온천수가 뿜는 수증기가 흘러나와 도시 전체가 흐렸다.

벳푸에서는 ‘몸을 담글 수 없는’ 온천이 볼 만했다. ‘지고쿠메구리(地獄巡禮)’는 지옥을 방불케 하는 온천 8곳을 구경하는 관광 코스다. 부글부글 끓는 온천은 함유 물질과 수온에 따라 천차만별 색감을 뽐냈다.

오후 들어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꿋꿋하게 빗길을 헤쳐 숙소에 도착했다. 벳푸만을 바라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소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온천에 몸을 담그니 다시 몸이 녹아내렸다. 자유여행이 이렇게 좋다니. 차 한 대 빌려서 달리길 잘했다 싶었다.

●여행정보=일본 렌터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렌터카를 예약할 수 있다. 도요타 렌터카는 보유 차량만 1300대에 이르는 일본 최대 렌터카 업체다. 도요타 렌터카 한국 대리점(toyotarent.co.kr)을 통하면 일본 현지보다 20~40%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가 높다. 24시간 기준 한국어 지원 내비게이션 포함 가격 아쿠아 7300엔(약 6만7000원)부터. 프리우스 8600엔(7만8000원)부터. 02-2039-5100.

이제는 익숙한 세 번째 렌터카 여행

아직은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그래도 일본에서 자동차 핸들은 두 번 잡아봤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규슈 남동부의 미야자키(宮崎)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규슈 오른쪽 옆구리에 길게 들어선 고장이 미야자키다.

여행의 시작은 미야자키 공항이었다. 공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 회사로 들어갔다. 서울에서 예약한 대로 자동차가 나왔다. 이미 두 번의 경험으로 내비게이션 이용법을 알고 있었다. 한국어 서비스가 되지만, 도로주행 화면 이전까지의 조작 화면은 일본어로 돼 있다. 그러나 일본어를 몰라도 크게 상관없다. 대부분이 한자어이어서 이것저것 누르다 보면 한국어 서비스가 작동한다. 일일이 주소를 입력하는 일이 성가셔 전화번호를 입력해 목적지를 찾아갔다.

미야자키 2박3일 여행의 테마는 일본 신화의 고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미야자키현 남쪽 해안에 미야자키시가 있고, 미야자키시 안에 공항과 미야자키 신궁이 있다. 여기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1시간쯤 달리면 우도 신궁이 나온다. 반대로 미야자키시에서 북쪽으로 2시간 30분쯤 올라가면 오이타현과 마주한 내륙 산간지역에 신화의 고장 다카치호가 있다. 일본 건국 신화의 명소를 두루 다니는 여정이어서 출발하기 전부터 설렜다.

미야자키 공항에서 나와 미야자키 신궁으로 향했다. 일본 신사(神社)는 신도(神道)라 불리는 일본 국교의 사당이다. 신도는 일본 고유의 민족 신앙이자, 민속 신앙이다. 조상을 모시기도 하고 자연을 숭배하기도 한다. 일본 전역에는 8만5000곳의 신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신사에도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게 신사고, 타이샤(大社)·진구(神宮)·미야(宮) 등으로 따로 불리는 신사도 있다. 타이샤는 규모가 큰 신사를 말하며, 진구와 미야는 일본 황실과 관계가 있는 신사를 가리킨다.

진구, 그러니까 신궁 중에서도 미야자키 신궁은 각별하다. 일본 황실의 첫 황제인 진무(神武) 천황과 그 부모를 모시는 사당이어서다. 일본 천황에게 굳이 예를 갖출 이유는 없지만, 일본인이 영험하다고 믿는 곳이어서 처신을 바르게 했다. 신궁 앞에서 1000엔을 주고 부적을 샀다. 부적에는 교통안전을 바란다는 주문이 적혀 있었다.

아마노이와토 신사 본당

이튿날은 오전 6시부터 핸들을 잡았다. 다카치호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시내에서 다카치호까지는 168㎞ 거리였지만, 내륙 쪽의 도로 사정이 안 좋아 2시간30분이 넘게 걸렸다. 비까지 내려 더욱 조심해야 했다.

다카치호는 일본 창건 신화가 얽혀 있는 고장이다. 동굴 안에 숨어있던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詔大神)가 세상 밖으로 나온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다카치호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아마노이와토(天岩戶) 신사가 전설의 무대다. 엄숙하면서도 장중한 분위기가 주위를 압도했다.

우도 신궁 어귀

여정 마지막 날은 남쪽으로 달려 우도 신궁을 찾았다. 우도 신궁은 우리의 낙산사 홍련암처럼 해안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진무 천황의 아버지를 모시는 신사여서 신궁이었다. 절벽을 내려가니 왼쪽으로 동굴이 나왔다. 38m 깊이의 동굴 안에 신사 본전이 있었다. 이 동굴 안에서 바다 신의 딸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진무 천황의 아버지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아기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일본인이 많았다.

2박3일 동안 알차게 다녔다. 약 470㎞ 거리를 이동했고, 기름값으로 4075엔(약 3만6700원)이 들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510엔(약 2만2000원)이었다. 일본의 고속도로는 제한속도 80㎞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다음번엔 더 도전적인 코스를 달려야겠다.

●여행정보=아시아나항공이 인천∼미야자키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매주 수·금·일요일 인천에서 출발한다. 미야자키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40분 정도다. 렌터카 2박3일 이용 요금은 도요타 프리우스 기준 1만9300엔(약 17만3000원). 여행박사(tourbaksa.com)가 미야자키 2박3일 렌터카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 쉐라톤 그랜드 오션 리조트 2박, 렌터카 이용요금을 합쳐 37만9000원부터다. 3인 1실 기준. 070-7017-2146.

글·사진=박찬호 기자 pppch@joongang.co.kr,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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