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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전파? 잠복기 19일? … 171번 환자 감염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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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건당국은 21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70번 환자가 지난 19~20일 이틀 동안 입원했던 경기도 구리시 카이저병원과 이 병원이 입주한 9층짜리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 119 구급대원들이 22일 오전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격리시키고 있다. [강정현 기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르스 환자가 닷새 만에 추가로 생겨났다. 그런데 그의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9일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35)와 접촉한 사람들한테 메르스 증세가 생길 수 있는 마지막 날짜(최대 잠복기 2주일·지난 12일)가 이미 지났는데 9일 만에 다시 확진자가 발생해 벌어진 일이다.

 171번 환자(60·여)는 가족들과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고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4번 환자와의 접촉에서 확진까지 최소 23일 경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71번 환자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환자는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155·156·157·158번 감염자다. 이들은 접촉에서 확진까지 최장 20일이 걸렸다. 171번 환자는 이들보다 최소 3일 더 길다.

 지난달 29일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면 이달 12일까지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는 게 정상이다. 171번 환자는 9일 미열 증세가 있었다. 보건당국은 이때를 증상 발현 시기로 봐 잠복기 안에 발생한 ‘일반적인 케이스’로 다루려 한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다. 이 환자는 지난 10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고 17일 발열이 시작됐다. 이때를 증상 발현 시기로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최대 잠복기를 5일 초과했다는 것이다. 총 172명의 확진자 중 1~2일 정도 초과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지만 5일 초과의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의 기준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다른 가능성은 가족 간 전파다. 171번 환자의 남편(65·123번 환자·사망)과 아들(36·124번 환자)이 1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1번 환자는 지난달 30일~이달 11일 자가격리 기간 중 남편·아들과 같은 집에서 기거했다. 이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감염자의 10% 이상이 가족 간 감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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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당국은 171번 환자 사례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감염이라고 보면서도 가족 간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171번 환자가 가족과 같이 지내면서 거기서도 감염이 됐을 수도 있긴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됐고 발병 일시가 일단은 비슷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역학조사를 해 좀 더 정밀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가족 간 감염이라면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된다.

 22일 신규 감염자 중 170번 환자(77)도 위험을 안고 있다. 당국은 6일 건국대병원 6층 병동에서 76번 환자(75·여·사망)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간호사실을 두고 6층 병동의 정반대 쪽에 있었다. 폐쇄회로TV(CCTV)로 봐도 접촉한 흔적이 없다. 둘이 5시간 같은 층에 있었던 게 전부인데 감염됐다. 그래서 170번 환자는 보건당국의 관리망에서 빠졌고 퇴원 후 19~20일 경기도 구리시 카이저재활병원에 입원했다가 X선 촬영을 위해 구리시 속편한내과에 들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과 접촉해 추가 감염 위험이 생겼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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