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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속 희귀 태극기 90년 전 스페인서 인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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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20년대 스페인의 한 담배회사는 여러 나라 국기를 각각 그려넣은 종이를 담뱃갑에 넣었다. 일종의 사은품이었다. 그중엔 태극기(사진)도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태극기를 인쇄할 수도, 가지고 다닐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또 1910년대 미국에서 나온 실크 스카프에는 만국기를 그렸는데 태극기도 한쪽에 있다. 이 같은 태극기 자료를 두고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주권이 넘어간 후에도 태극기는 전 세계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130년 전 나온 태극기는 한 번도 중단된 적 없이 쓰였다”고 해석했다.

 태극기의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 42점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자료 사진들을 아코디언처럼 펼쳐볼 수 있게 만든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서울셀렉션)이다. 자료는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의 프로그래머인 이병근(48)씨가 모았다. 93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인터넷 경매 등을 통해 총 800점을 모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세 딸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한 일이다.

 이번 책에는 태극기의 최초 모습으로 알려진 1882년본이 실린 미국 서적의 한 페이지를 비롯해 1910년 일제 강점 이전부터 광복 이후까지 국내외에서 제작된 태극기 자료들이 수록됐다. 호텔 수하물표, 보드게임, 엽서 등 다양하다. 이 중 10점은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다가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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