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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창업생태계, 세계 20위권서 맴도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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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훌륭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일 예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북미·중남미·유럽·아시아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창업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의 경제성장을 관찰한 결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혁신과 기업가정신의 조합을 통해서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새로운 기업들을 많이 탄생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배웠다. 선진국·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많은 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각각이 처한 경제개발의 단계와 인구구조,그에 따른 문제는 모두 달라도 일자리를 빨리 늘려가야 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공통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경쟁력 있는 창업생태계를 갖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좋은 환경일까. 이제는 우수한 인력,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모험자본이 국경에 구애 받지 않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창업생태계도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

 워싱턴DC에 소재한 민간 연구기관인 GEDI(The Grobal Entrepreneurship and Development Institute)는 세계 130여개국의 기업가정신과 창업생태계의 수준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하여 그 순위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성향, 혁신역량, 문화적 요인, 시장의 규모, 모험자본의 수준, 그리고 기업활동과 관련한 법과 규제 등 기업가정신을 북돋고 창업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표인 GEI(the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를 개발하여 순위를 매긴다.

 기업가정신 지표라고 표현하였으나 GEI를 추출하는 방법론을 살펴보면 이는 종합적인 창업생태계의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지표이다. GEDI가 발표한 GEI 2015년 순위로 보면 한국은 130개국 중 28위이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1등은 미국이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대만·이스라엘 등이 우리보다 앞에 있다. 그간 바람직한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에 비하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싫은 순위이나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이야기로 냉정히 인정하여야 한다.

 한국은 인적자원, 혁신역량, 창업지식, 신기술의 수용, 모험자본 수준 등에서는 세계 평균에 비해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많이 낮아진 것은 세 가지 영역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첫째, GEDI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은 기존 사업주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서 새로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평균은 물론 아시아 평균보다도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둘째, 창업가들의 글로벌화 역량과 해외 창업가들에 대한 개방의 수준이 낮아 한국에서 창업하는 기업들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셋째, 사회문화적인 요인으로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함, 그리고 창업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흡하여 유능한 인재를 창업에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GEDI의 연구는 한국 28등이라는 절대 순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고민스러운 것은 이러한 문제들은 투자펀드를 늘리는 일 등과는 달리 어느 한 시점에 정책이나 제도적 보완으로 바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창업생태계를 위해서 정말로 우리가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다.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창업생태계의 순위는 여전히 20위권 밖에서 맴돌 것이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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