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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 교차 참석' 한국이 제안 … 일본 '윤병세 과자' 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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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1일 만난 한·일 외교장관은 정상회담에 대해 “대화의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윤병세 외교장관), “적절한 시기에 실현해야 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기시다 외상)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한·일 양국 정상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상대방 정부가 주최하는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기로 했다. 악화 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도 선순환으로 돌아설 계기가 마련됐다. 외교가에선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두 나라 외교부는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 방안을 올봄부터 구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이 먼저 일본에 제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수교 50주년 기념일의 큰 그림을 생각해 봤을 때 양국 정상이 상대국 정부의 행사에 나타나는 것 이상의 좋은 그림은 없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 있었다”며 “올해를 그냥 넘기지 말자는 양국 정상의 의지도 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갈 수 있으면 가 보자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사이 상당한 ‘밀고 당기기’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1~2주 전까지만 해도 교차 참석이 성사될 가능성은 반반 수준밖에 안 됐다”고 전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이 전격적으로 추진되면서다. 일본 측이 한국 정부 내 대일 강경주의자로 상징되던 윤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일본에 오는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의전 등에서 윤 장관을 각별하게 예우했다고 외교가 소식통들은 전했다. 21일 하네다공항에선 차관보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윤 장관을 맞았고, 총리실과 외무성 인사 수십 명이 나와 환영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회담 뒤 만찬에서 일본 측은 ‘깜짝 선물’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윤 장관이 좋아하는 일본식 과자에 ‘윤병세’란 이름을 새겨 줬다”고 전했다.

 또 22일 오후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식에서 만나기로 돼 있는데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전에 미리 윤 장관을 면담하기로 했다. 윤 장관이 들고 갈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배려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에게는 아베 총리의 특사로 오는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자민당 의원이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기념식에서 각각 축하연설을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두 정상이 22일 하루에만 두 차례 간접 메시지를 교환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으로 가기 전 트랙이 가동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가을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고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윤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여운을 뒀다. 하지만 외교장관회담에선 양측이 긍정적인 사인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윤 장관은 “민감한 현안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를 잘 풀어 나가 그 토대 위에서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말했고, 기시다 외무상도 이심전심이라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두 장관은 다자회의 등 하반기의 여러 외교 일정을 계기로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나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사실상 정례화하자는 것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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