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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한류와 메르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2호 04면

17일 저녁 문화산업계 인사들의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마무리 인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받아든 송승환 대표의 얼굴이 침울했습니다.

“저희는 난타 전용 극장을 7월과 8월 두 달간 휴관할 생각입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딱 끊어졌어요. 메르스를 6월까지 잡는다고 해도 이미 중국 관광객들이 7월과 8월 성수기의 여행 행선지를 다른 나라로 다 돌려버렸습니다. 올 여름 무대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저희는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을 위해 미국에서 ‘비바 라스베이거스’ 공연팀을 어렵게 섭외해 놓았거든요. 7월부터 오기로 돼있었는데 오지 않겠다고 해서 일정이 다 엉망이 됐어요.”

송 대표가 다시 말했습니다. “국내 공연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난타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이것도 취소됐어요.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가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한류’라는 것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방역에만도 온 나라가 비상 시국인 상황에서 관광객이 줄어들고 공연장에 사람이 안 든다는 소식은 후순위 뉴스일 겁니다. 하지만 메르스가 머지않아 지나가고 우리 일상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더라도, 관광과 문화는 금세 정상화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손 잘 씻고, 마스크 쓰고, 비타민 챙겨 먹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죠. 무기력은 슬픔을 넘어 죄악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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