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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인터뷰] 미술·음악·체육 활동 통해 자기 표현 늘리면 스트레스 줄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종덕(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러분 같이 감수성 예민한 10대 시절에 스포츠, 문화 예술 활동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채영·서혜원·박다영·임도원 학생기자.

지난해 4월이었습니다. 소년중앙 2기 학생기자 네 명은 류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게 던질 질문을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된 인터뷰를 며칠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꽃다운 영혼들이 무참하게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대참사 앞에서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인터뷰도 보류됐습니다. 그로부터 넉달 뒤인 지난해 8월, 문체부의 수장은 김종덕(58) 장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장은 바뀌었지만 소중과의 약속은

잊지 않았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내 김종덕 장관 집무실을 찾아갔습니다. 1년 전 질문지를 열심히 작성했던 네 사람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는 김종덕 장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김 장관은 “어릴 적, 이 집
무실의 반 정도 되는 단칸방에 여섯 식구가 살았다”고 말했다.

―문체부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특별히 추진하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체육부문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해 스포츠클럽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요. 전직 선수나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다양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요. 문화 부문에선 예술 전공자들을 각 학교의 교사로 보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를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해 악기를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돕고요. 그 외에도 가족 캠프 등 청소년과 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

―청소년이 더 많은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고교 때 처음 오페라를 봤어요. 음악 선생님이 오페라를 하셔서 출연작을 단체로 봤죠.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 나오던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워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죠. 학생들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단체로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어요. 오페라를 1000원에 관람하게 한 적도 있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는 않습니다. 교사가 모두 인솔하면 몰라도 어떤 학생은 학원 간다고 빠지고, 학생들끼리만 가면 부모님들 걱정이 많고 해서요. 교육부의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단체 관람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갈 만한 여행지나 문화프로그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구석구석(http://korean.visitkorea.or.kr)’이라는 코너를 살펴보세요.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잘 것인지 등 여행과 체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정보를 모아 놨습니다.”

―장관직을 수행하며 가장 자부심이 높았을 때는 언제인가요.

“국민들이 장관이 한 일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면 기운이 나죠. 마치 여러분이 부모님에게 칭찬 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가장 힘들었던 때는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힘들어요. 과거에 했던 어떤 일보다도 책임이 무거운 일이라서요. 장관은 하루 온종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애써서 했는데 성과가 나지 않을 땐 기운이 빠지고 힘들고요. 정책 집행엔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낭비가 되지 않을지 미리 검증을 많이 해요. 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은 항상 있어요. 그런 경험으로부터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 중에서 특별히 더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세 부문에 더해 언론과 종교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섯 분야죠. 제가 CF를 했던 사람이라 디자인과 미술·공연·영상에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더 있긴 하지만 그걸 정책에 반영하지는 않아요. 모두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쳐 정책을 펼치면 안 되거든요.”

―우리나라 관광지 중 인상 깊은 장소를 꼽는다면요.

“다 아름답죠. 제가 어렸을 땐 중·고생들이 산에 많이 갔는데, 지금은 노인들뿐이에요. 지리산의 천왕봉과 대청봉에서 찬바람 맞으며 보는 일출은 정말 멋있어요.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얼마 전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기지로 썼던 덕적도에서 담당 직원과 캠핑을 했는데 인상 깊더라고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데다 맛있는 산나물도 많이 나서 좋았어요.”

―우리나라의 게임 수출액이 K-pop수출의 10배가 넘는데 정작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 보는 것 같아요.

“맞아요. 게임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학습적인 게임이 아니라도 좋은 게임은 충분히 많아요. 사회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게임 속 사회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장관으로서 게임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건 게임의 결과에 대해 게이머가 책임지게 만들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게임 속에서 나쁜 짓을 하면 나쁜 결과로 연결되도록 하라는 거죠.

일상에서 아무나 쥐어 박으면 경찰에 잡혀가고, 인생이 꼬이잖아요. 게임에서도 이유 없는 폭력을 휘두르면 포인트가 깎이거나 플레이어에게 나쁜 영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학 있는 게임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거죠. 걱정되는 것은 게임중독이에요. 지금은 온라인 MMORPG 게임 시장은 점점 줄고 모바일 게임시장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예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은 줄이기도 힘들고 통제하기도 어려워 염려가 됩니다. 부모님들이 게임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는 걱정 때문이거든요.”

―최근 메르스 위험 때문에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요.

“실제로 관광산업이 제일 타격이 커요. 사스 때도 그랬듯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우리 국민도 피하는 판에 외국인들이 뭐 하러 한국에 오겠어요. 우리 국민은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합니다. 언론에서도 메르스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심지 않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해요.”

―장관님의 어렸을 적 꿈은 문체부 장관이셨나요.

“하하. 설마 장관이 꿈이었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게 있지도 않았어요. 꿈은 계속 바뀌기도 하고요. 부모님께 듣기론 어렸을 때 ‘커서 자가용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했대요. 집이 정말 가난했어요.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며 거기 딸린 단칸방에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 둘까지 여섯 식구가 살았죠. 어린 마음에 돈을 많이 벌고 싶었나봐요. 초등학교 때 미술대회 상을 무척 많이 받았어요.

그 뒤 고등학생 때 디자인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지요. 그래서 그래픽(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는 모 신문사 광고 콘테스트에서 큰 상을 받고, 방학 때 광고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그런데 기대와 달리 아이디어를 낼 일은 없고 글자를 하나하나 잘라 붙이는 단순 작업만 하느라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옆방에 정말 멋진 사람들과 예쁜 아가씨들이 몰려다니며 뭔가를 하는 걸 봤죠. 코카콜라 CF를 찍는 팀이었어요. TV광고가 막 생길 때였어요. 그걸 보고 방향을 전환해 영상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결국 CF감독을 오래 했고, 한동안 유명했어요. 그러다 모교의 초청으로 대학교수가 됐고요. 교수로 살다 보니 나라에서 불러 장관이 된 겁니다."

―꿈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나요.

“꿈을 꾸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꿈만 꾸다 끝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저는 CF감독일 땐 광고 작업에 최선을 다했고, 교수일 땐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지금은 문체부 장관으로서 맡은 업무에 힘쓰고요. 현재 일을 최선을 다해서 잘하면 직업이나 자리는 선물처럼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노력해 보고 안 된다며 포기하지 마세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더라도 최선을 다해 물을 부으면 어느 순간 꽉 차게 된답니다.”

―문체부 장관으로서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동시에 여러분 부모님께도 드리고 싶은 이야기예요. 저도 아이가 여러분 만했을 때 공부하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중요한 건 그 시기에 열심히 뛰고 노래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겁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자기 표현의 기회를 많이 가지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운동한다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른다고 해서 공부 못하지 않아요. 오히려 공부 스트레스를 푸는 제일 좋은 방법이죠. 문체부 장관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자식 키우며 느낀 겁니다.”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취재=임도원(경기도 수원중앙기독중 2)·서혜원(창원 웅남중 1)·박다영(서울 수색초 6)·이채영(경기도 고양 가람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들의 취재 후기

생전 처음 장관님을 만나게 돼 영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세대 차도 나고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인터뷰를 하며 가까워지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뉴스에서 보는 장관님들은 다 무뚝뚝하고 일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청소년들을 위해 시간도 내주시고 웃음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인터뷰 내내 즐거웠습니다. 임도원(경기도 수원 중앙기독중 2) 학생기자

인터뷰 하기 전 굉장히 많이 긴장했습니다. 장관님과의 인터뷰라니요!! 무척 떨렸습니다.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질문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고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아닌 무척 친절하시고 유쾌한 분이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알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박다영(서울 수색초 6) 학생기자

장관님께서 편안한 분위기로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곤란한 질문도 웃으며 답해주셨습니다. 불편함 없이 여러 궁금증을 풀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한시간 남짓 짧은 시간의 인터뷰라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새겨들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 함께해주신 장관님, 건강하세요! 이채영(경기도 고양 가람초 6) 학생기자

딱딱하고 지루하게 설명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근하게 조목조목 설명을 잘 해주셨어요. 가정 형편 등으로 힘든 고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CF감독, 교수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계신 것을 보니 대단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또 매일 힘들다고 하시니 장관이라는 지위가 참 높고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인터뷰였습니다.

서혜원(창원 웅남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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