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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총리’로 나선 황교안 … “국민 불안 송구” 사과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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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교안 총리가 첫 공식 일정으로 메르스 전담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안명옥 원장(왼쪽)의 안내로 음압진료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달 21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뒤인 18일 국회 표결을 거쳐 ‘후보자’ 꼬리표를 뗀 황교안 총리는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20여 일 넘도록 기승을 부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황 총리의 취임사를 바꿔놓았다.

 취임 첫날 황 총리는 숨 가쁘게 보냈다. 오후 3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 불안을 야기하거나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해 달라”며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총리가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메르스와의 싸움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시급한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취임식도 미루고 현장방문과 점검활동을 해나가겠다”며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 국정과제를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황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서울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취임식은 오후 6시로 미뤘다. 국립중앙의료원 1층 입구에 들어서면서 그는 “총리든 누구든 예외일 수 없다”며 온도 체크, 손 세척을 한 뒤 의료진의 확인을 받고서야 의료원 안으로 들어갔다. 의료원 8층 메르스 격리병동 입구에서 안명옥 원장의 현황보고를 받은 황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 존립의 최우선 가치”라며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야당이 청문회 과정에서 ‘공안총리’라고 비판했지만 ‘메르스 방역 총리’로 스스로 역할 바꿈을 한 셈이다. 오후 4시 서울 중구 보건소를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황 총리는 4시30분 정부서울청사 19층 회의실에서 제1차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국민 불안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을 극복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시간에 뒤처지면 결코 따라잡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불필요한 논의나 행정 절차는 최소화해 모든 대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할 경우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 엄정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최초 발병 확진(5월 20일) 이후 한 달이 되면서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걸 감안해 군 의료인력과 행정인력 투입 등 특단대책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군 의료인력 투입은 2003년 사스 사태 때 고건 당시 총리도 지시했었다. 황 총리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의심증상 신고, 자가격리 수칙 준수, 역학조사 적극 참여, 불가피한 경우 외 병원 문병 자제 등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부터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스 현장 방문 뒤 취임식은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간소하게 치렀다. 그는 “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권한과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총리가 되겠다”면서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올바른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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