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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베이지톤으로, 자연미인 느낌 아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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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수영복, 비치 웨어 등 여름 휴가용 패션 아이템을 고르는 발걸음이 바빠지는 시기다. 여성들은 조금 더 바쁘다. 휴양지에 어울리는 화장법을 찾기 위해서다. 바닷가나 계곡 등 휴양지에선 평소 하던 대로 화장을 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피부노화를 유발하는 자외선, 모공을 압박하는 땀 등 피부를 괴롭히는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 여름철 휴양지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화장법에 대해 알아봤다.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른 휴가를 다녀온 주부 송진영(30)씨. 집으로 돌아온 송씨는 불편한 피부 변화를 경험했다. 며칠째 양쪽 볼에 홍조가 가라앉지 않더니, 일주일쯤 지나자 오른쪽 광대뼈에 갈색 잡티가 생긴 것. 피부과를 찾은 송씨는 “자외선으로 인한 색소침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휴가지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고 싶어 BB크림만 옅게 바르고 다녔던 게 화근이었다. 송씨는 올여름 휴가지에선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김선주씨는 지난해 부산에서 보냈던 여름휴가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평소 스모키 화장을 즐기는 김씨는 바닷가에서도 진한 화장법을 택했다. 짙은 색상의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바르고, 아이 라인을 두껍게 그려 눈매를 강조했다. 스모키 화장을 하니 파란색 비키니 수영복이 돋보이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해수욕장에서 연신 땀을 닦아내던 김씨는 화장을 고치려 거울을 본 순간, 아예 화장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땀과 화장품이 뒤섞여 눈 주위가 판다 곰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시작됐다. 여성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강한 자외선과 땀은 매일 화장을 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특히 햇빛에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휴양지에선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위의 두 가지 사례가 그것을 말해준다. 강동경희대병원 알레르기피부클리닉 윤영희 교수는 “여름에는 피지선의 활동이 활발해져 모공이 잘 막힌다. 또한 땀을 닦기 위해 손·수건 등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기 때문에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휴양지에선 화장을 할 때 유의해야 한다. 유행하는 화장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광 화장법, 생얼 화장법 … 여름에도 괜찮을까

샤넬 레 베쥬 컬렉션의 ‘올인원 헬시 글로우 크림’과 ‘헬시 글로우 쉬어 컬러스틱’

지난 몇 년간 국내 화장품 업계의 화두는 단연 ‘광(光)’이었다.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물광·꿀광·촉광 등 빛이 나고 촉촉해 보이는 얼굴을 만드는 화장법과 제품을 알리느라 열을 올렸다. 하지만 각종 ‘광’ 화장법은 여름철마다 여성들을 당황케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송주희 총괄원장은 “광 화장법은 얼굴에서 윤기가 흐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엔 자칫 얼굴이 번들거리거나 땀 범벅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광 화장법과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 생얼 화장법이다. ‘생얼’은 화장을 하나도 하지 않은 얼굴, ‘민낯’을 뜻하는 속어다. 화장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화장법으로 투명한 피부를 연출하는 데 공을 들인다. 생얼 연출법이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일반인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수정(36)씨는 “화장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기초화장을 얇게 하고, 피부톤에 가까운 색조제품만으로 꾸미고 나갔더니 ‘아파 보인다’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거 아니냐’는 소리만 들었다”며 “생얼 화장법은 일반인이 따라 하기 어렵다. 또 기초 화장을 옅게 하다 보니 야외 활동할 때 자외선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송주희 원장은 “광 화장법, 생얼 화장법 등은 여름철 휴가지에선 적합하지 않다”며 “휴가지에서 화장할 때는 자연스럽고 건강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적합한 것이 뉴트럴(neutral) 메이크업”이라고 추천했다.

자연스러운 혈색 강조한 ‘뉴트럴 화장법’

뉴트럴은 ‘중립의’ ‘중성의’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아이보리·베이지·캐멀과 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색상을 뉴트럴 컬러라고 하는데, 채도가 낮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세련미를 돋보이게 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색상을 활용한 것이 바로 뉴트럴 화장법이다. 뉴트럴 화장법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피부톤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눈이나 입술에도 금색·베이지색 계열의 제품을 사용해 야외에서 화사하게 돋보이도록 연출한다. 송 원장은 “은은한 피부 광채에 자연스러운 혈색을 더한 바탕 화장이 뉴트럴 화장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 화장법=브론즈 화장법’이란 공식이 지배적이었다. 브론즈(bronze)는 ‘구리빛’이라는 뜻으로, 태닝한 것처럼 태양에 잘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연출하는 것이 브론즈 화장법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은주씨는 “브론즈 화장법은 한국 여성들의 평균적인 피부톤과 어울리지 않는다. 섹시한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브론즈 화장법의 인위적인 느낌을 거둬낸 뉴트럴 화장법이 올해 여름철 화장법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은 관련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샤넬은 피부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색상인 베이지색을 다양한 톤으로 발현한 제품을 엮어 ‘레 베쥬 컬렉션’을 선보였다. 레 베쥬 컬렉션은 2년 전 처음 출시됐을 때, 여러 나라에서 물량 부족 현상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끈 제품이다. 올인원 크림·파우더·스틱형 블러셔(볼 부분에 색을 줘 얼굴색을 건강해 보이도록 하는 볼연지) 등 건강한 피부 표현에 집중된 제품들로 구성됐다.

특히 메이크업 베이스와 파운데이션 기능을 모두 갖춘 ‘레 베쥬 올인원 헬시 글로우 크림’은 피부의 결점을 보정해주는 동시에 피부 표면에 윤기를 줘 ‘자연광 피부를 발현시키는 크림’으로 유명하다. 스틱형 블러셔인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쉬어 컬러 스틱’은 코코넛 오일과 비즈 왁스로 만들어져 자연스러운 색감을 연출한다. 한 손에 잡히는 크기로 여행할 때 휴대하기 편리하다. 레 베쥬 컬렉션은 파우더부터 립밤과 네일 제품까지, 제품 대부분이 뉴트럴 컬러 중심으로 만들어져 휴양지에서 사용하기 좋다.

바비 브라운은 땀과 물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금색·갈색 계열의 크림 섀도우를 출시했고, 메이크업 포에버는 옅은 분홍색과 살구색의 립 제품을 내놨다. 손주희 원장은 “휴가지에선 편한 옷을 주로 입는다. 그런 의상에 진한 색조나 두꺼운 화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잡티를 일일이 감추려고 하지 말고, 올인원 크림이나 블러셔를 이용해 건강한 혈색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뉴트럴 화장법의 첫 단계”라고 조언했다.

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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