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지드래곤 전시’의 모순

중앙일보

입력 2015.06.18 00:02

업데이트 2015.06.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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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패션 브랜드들이 애용하는 마케팅 전법이 있다. 바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그럴듯한 게 자사 제품을 주제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을 섭외하고, 또 전시장으로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미술관·박물관 등을 1순위로 꼽는다.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20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의 전시가 그렇다.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은 물론 현재의 컬렉션까지 모두 망라하는 행사는, 동시에 서도호·이불·김혜련·김동유·박기원·박선기 작가 등 한국의 아티스트 여섯 명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난달 광화문 D타워에서 열렸던 루이비통의 ‘시리즈2 ’ 전시 역시 새로운 디자이너를 알리는 목적으로 아티스트와 협업을 택했다.

 이들이 거금을 들여가면서까지 협업을 하고 전시를 여는 이유는 뭘까. 속내는 분명하다. 잠재적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는 우회적이고도 우아한 방식이다. “봐, 당신들이 보는 건 그저그런 제품이 아니야. 스토리가 있고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소장할 가치는 충분해.”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이렇게 속삭인다. 관람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다만 패션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겠다는 심산으로 전시장을 찾는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션 지드래곤의 협업 전시(‘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그들의 대표 톱스타를 미술관에 입성시킨 것. 서울시립미술관이 YG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협업 대상으로 국내외 작가 14개 팀이 선정돼 지드래곤과 함께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하여 그가 고른 단어, 꿈꾸는 장소, 정신세계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그의 개인 컬렉션부터 과거에 입었던 의상·액세서리까지 한꺼번에 자리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지드래곤은 “나를 매개로 사람들이 미술을 좀 더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지만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소속사의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불과 십수년 경력의 대중 가수를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하려는 상업적 의도라는 이야기다. 협업의 범위와 정도가 모호하고 전시의 맥락이 하나로 관통되지 않는 허점이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의도가 뭐가 됐든 평가는 관람객의 몫이고, 아직 결론짓기엔 이르다. 실제 미술관 발걸음이 뜸했던 관람객 중 현대미술에 대해 개안(開眼)을 할지 누가 알겠나. 다만 취지가 그러하다면 1만3000원의 관람료 책정은 모순적이다. 전시의 의미와 목적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 새롭고 폭넓은 관객을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그들이 영화 한 편보다 부담되는 비용을 들여 쉽게 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을까. 참고로 “예술 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드문 소비자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는 패션 브랜드의 협업 전시는 대부분이 공짜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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