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로 미국 제패까지, 미션 딱 하나만 남았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5.06.15 01:37

업데이트 2015.06.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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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성하씨는 한국 전통주 전도사 역할도 한다. 그는 “막걸리를 비롯해 제주도 고소리술·화요를 활용한 칵테일 등을 개발했다”며 “전통주 칵테일을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을 때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 이성하]

이성하(34)씨는 바텐더다. 술과 음료를 섞은 뒤 멋진 퍼포먼스를 가미해 새로운 칵테일을 창조한다. 그는 “칵테일은 술과 리큐어, 시럽 등을 섞은 음료”라며 “1920년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진 뒤 형편없는 밀주가 유통되자 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재료를 혼합한 데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3대 칵테일 대회로 꼽히는 ‘볼스어라운드더월드(BATW·BOLS AROUND THE WORLD)’에 참가 중이다. 올해 9번째를 맞는 이 대회엔 전 세계 4000여 명의 바텐더가 참가했다. 대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를 받아 총 12번의 미션 수행을 통해 점수를 매겨 최고수를 가리는 방식이다. 단 1개의 미션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이씨는 현재 세계 3위, 대회 시작 후 줄곧 미국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83개국에서 동시 진행 중이며 이달 말 최종 결과가 나온다. 그는 “바텐터들이 바에서 손님을 대하는 매너와 칵테일 제조기법·퍼포먼스 등 12단계를 거쳐야 하는 고난도의 대회”라며 “미국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올 가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최종 마스터스 포럼 참가에 유리한 자격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바텐더였다. 2013년 BATW 아시아 퍼시픽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뛰어났다. 또 전통주를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칵테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최고 바텐더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텐더는 끝없이 도전해야 하는 직업”이라며 “지금 일하는 라스베이거스 바에선 3개월마다 메뉴를 바꾼다. 매년 40~50개의 창작 칵테일을 만들고 새로운 재료를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칵테일이 미국 문화인만큼 손님들도 기본 지식이 풍부하다”며 “언어 등 환경이 달라 힘들지만 매 순간순간 연구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그는 바텐더로서는 드물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받는 O1비자(특수재능비자)를 통해 미국에 갔다. 그는 “대회 입상 경력 등을 제출했더니 특별하다는 인정을 해줘서 비자가 나왔다”며 “비자 인터뷰를 갔는데 영사가 바텐더인데 O1비자를 받는다고 신기해하며 웃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안정된 직장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평범한 인생은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자주 가던 칵테일 바에서 만난 바텐더의 권유로 2005년 일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음료를 만드는 일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에 부딪쳤다. 가족은 그의 새 직업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바텐더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물장사해서 뭐 먹고사느냐?’라고 심하게 반대해 결국 수년 동안 말도 안 했었다”며 “오기가 생겼다. 가족에게 인정 못 받으면 다른 사람한테도 인정 못 받는다는 각오로 칵테일을 연구하고 만들었다”고 했다. “바텐더는 제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세계 최고의 바텐더로 기억되고 싶어요.”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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