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방산 비리와 메르스 바이러스

중앙일보

입력 2015.06.15 00:48

업데이트 2015.06.1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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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정치국제부문 차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산(防産) 비리에 대해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利敵)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 달 뒤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 7개월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을,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혐의로 현역 소장 박모씨를 구속했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도 재판에 넘겼다. 공분을 일으킨 방산 비리가 줄줄이 터지면서 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이쯤 되면 깊이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오히려 수사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몽둥이를 든다)이 따로 없다.

 예컨대 방위사업청 고위 간부는 최근 토론회에서 “방산비리 수사에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며 수사 마무리를 주장했다. 가장 많은 비리가 적발된 해군에서도 “군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논리로 수사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 와중에 13일에 하려던 김진태 검찰총장과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의 전례 없는 만찬 회동이 연기됐다. 당초 김 총장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충남의 공군비행단을 위로 방문한 뒤 인근 계룡대를 찾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12일 군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도록 한다는 이유로 검찰이 만찬 회동을 잠정 연기했다. 역할이 다른 4명의 총장이 이 시점에 꼭 만나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고, 방산 비리 수사를 무마하려 한다는 오해까지 살 수 있는 만큼 계룡대 회동은 연기가 아니라 아예 취소하는 것이 옳다.

 방산 비리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닮은 점이 있다. 눈을 감아 준다고 엄연히 있는 실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돈과 승진 인사에 눈멀어 비리를 저지른 군인은 누구든 예외 없이 단죄하고, 바이러스는 마지막 하나까지 뿌리 뽑는 수밖에 없다. 적당한 선에서 봐주고 타협하면 군·민 공동체가 건강을 되찾기 어렵다. 살아남은 비리세력과 바이러스는 또다시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한 뒤 강력한 부패 척결 운동을 펴면서 “파리(중하급 관리)뿐 아니라 호랑이(고위 권력자)도 때려잡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공안·사법 분야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던 저우융캉(周永康·73)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난해 구속했다. 중국 법원은 11일 뇌물수수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저우는 공개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상소를 포기했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 의지가 빛났다.

 한국인들이 ‘위생 후진국’으로 간주해 온 중국은 현재까지 메르스에 선방하고 있다. 메르스에 어이없이 뚫린 한국이 부패 척결 노력에서도 중국에 밀린다면 자존심 문제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김기동 방위사업비리 수사단장(검사장)의 든든한 후원자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다. 부패와 비리 비호세력 앞에서 검객(劍客)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민은 지금 검찰이 눈앞의 ‘파리’뿐 아니라 숨어 있는 ‘호랑이’도 잡길 바라고 있다.

장세정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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