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간 170만 건 병원 감염 발생 10만 명 가까운 환자 목숨 잃어

중앙선데이

입력 2015.06.1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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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05면

병원은 각종 병균에 노출되기 쉬운 곳이다. 의사의 손, 치료 도구, 병실 시트 등도 전염병의 매개원이 될 수 있다. ‘뉴하트’ 등 TV 의료 드라마를 보면 집도의가 팔을 씻은 뒤 수직으로 올린 채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역설적이지만 수술실도 각종 병균에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외국도 걱정하는 병원감염

 확진 환자 발생 25일 만인 13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됐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도 이날 “한국 의료진이 메르스에 익숙지 않았고 충분한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역사회 전파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응급실·입원실·진료실 등 병원 내 감염 예방과 위생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셈이다.

 우송대 오향순 간호학과 교수는 국내 200병상 이상 병원 75곳에서 일하는 감염관리간호사를 대상으로 2013년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75곳 간호사 모두 “(일하는 병원에서) MRSA가 검출된 적 있다”고 응답했다. MRSA는 메티실린이란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황색 포도상구균으로 병원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 중 하나다. 심지어 ‘수퍼 박테리아’로 통하는 CRE는 44곳(58.7%), VRSA는 8곳(10.7%)에서 검출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은 어떤 대중 시설보다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공간”이라며 “암, 당뇨병, 만성 폐질환, 만성 콩팥병 등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은 특히 바이러스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메르스 역학자료에 따르면 같은 환자라도 지병이 있는 사람의 치사율은 44.3%로 건강한 사람(10.7%)의 네 배에 달했다.

 병원감염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는 자국 내에서 연간 170만 건의 병원감염이 발생해 9만9000명이 숨진다고 추산했다. 한림대 이 교수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연구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병문안·간호 문화가 독특하고 감기·독감 등 호흡기 환자가 다른 환자들과 함께 병실을 쓰는 다인실 구조, 전쟁터 같은 응급실 등으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기 더 쉬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 수술 부위에 감염이 생길 위험이 미국에서 같은 수술을 받을 때보다 6.2배나 높다는 연구(서울대 의대 김의종 교수팀)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의 전국병원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국내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해(2013년 7월∼2014년 6월) 498명이 폐렴에 감염됐다. 5년 전인 2009년(335명)보다 1.5배 증가한 것이다. 각종 병원균에 오염된 인공호흡기가 주요 원인이었다. 또 지난해 각종 병원균에 오염된 요로 카데터(관)로 인해 요로 감염에 걸린 사람은 846명으로 집계됐다. 병원균에 오염된 중심정맥관(管) 때문에 균혈증(菌血症·세균이 혈관 안으로 들어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돌아다니는 상태)에 걸린 사람도 1021명이었다.

 병원들이 감염 예방 투자에 인색한 이유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봐서다. 건강보험공단은 감염 예방 비용을 거의 인정해주지 않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대부분 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은 적자여서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한림대 이 교수는 “전국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200여 명에 불과한데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일해 중소병원엔 거의 없다” 지적했다. 2009∼2010년 전국의 400병상 이상 규모 병원 63곳을 조사한 결과 전담 감염관리간호사는 병원 1곳당 1.7명이었다. 간호사 1명이 487병상을 맡고 있는 것이다(‘한양메디컬리뷰스’ 2011년 31권). 미국은 250병상당 최소 1명을 권장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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