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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로고에 숨은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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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기 미국의 물류업체 페덱스(FedEx)의 로고가 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익숙한 로고다. 이제 숨은 그림을 찾아보자.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면 로고 속에 무엇인가 떠오를 것이다. 하얀 화살표다. 찾지 못했다면 로고 속 E와 X에 주목하자. 두 글자 사이에 화살표가 숨어 있다. 이 로고를 디자인한 패스트 컴퍼니의 린든 리더는 “로고 속 화살표는 전진과 신속·정확함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처럼 로고 속에 메시지를 숨겨 놓은 곳은 페덱스만이 아니다. 미국 CNBC와 영국의 데일리 메일 등이 전 세계 기업 로고의 숨은 메시지를 소개했다.

 31가지 맛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업체 배스킨라빈스 로고에도 비밀이 있다.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쓰인 B와 R 사이에 ‘31’이란 숫자가 숨어 있다. 캐럴 오스틴 배스킨라빈스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31이란 숫자를 통해 우리 브랜드의 재미와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31은 한 달 동안 매일매일 고객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고는 기업의 얼굴이다. 기업 고유의 상징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업 이미지(CI)를 대표한다. 압축된 디자인 속에 기업의 신념과 추구하는 비전을 담기 때문이다. 로고가 고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뚜렷하게 각인되면 기업에 대한 호감과 신뢰로 이어진다. 『노 로고』를 쓴 미국의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레인은 “성공적인 다국적기업이 되고 싶으면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다.

 로고가 중요해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이 본격화하면서다. 시장이 넓어지며 다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마크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가 지구촌으로 묶이면서 로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수많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윙크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LG의 로고는 그런 면에서 눈에 띈다. 로고를 좀 더 가까이 살펴보면 알파벳 L은 코를, G는 얼굴의 윤곽선으로 보인다. ‘오락실 게임’ 팩맨(Pacman)의 캐릭터와 닮은꼴로 여겨진다. 세 개의 타원이 겹쳐진 도요타(TOYOTA)의 로고는 고객의 마음과 도요타 제품의 마음이 하나가 된 것을 상징한다. 겹쳐진 타원을 조합하면 T와 Y 등 각각의 알파벳 스펠링을 만들 수도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 로고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 로고 속 아마존(AMAZON)이란 글씨 아래 노란 화살표가 A에서 Z로 이어진다. ‘A부터 Z까지 세상의 모든 물건’을 아마존에서 제공한다는 비전을 담았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웬디스 로고에도 감춰진 메시지가 있다. 웬디스의 옷 칼라 모양이 ‘MOM(엄마)’이라는 글자로 쓰여 있다. 전 세계 6500개의 매장에서 ‘집 밥’과 같은 음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허쉬의 키세스(KISSES) 초콜릿 로고의 알파벳 K와 I 사이에는 키세스가 숨어 있다. 토블론 초콜릿 로고 속 산봉우리 안을 유심히 살펴보면 제조업체인 몬델레즈가 시작된 스위스 베른을 상징하는 곰이 그려져 있다. 국제봉사단체인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희망을(HACI)’의 로고는 아프리카 대륙을 형상화한 것으로 한 발짝 멀리서 보면 어린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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