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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기록 경신일까, 갱신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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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경제 관련 기사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경신’이다. 요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과 관련해서도 이 단어가 자주 나온다. “손소독제·마스크 등 메르스 관련 제품의 판매량 기록이 매일 경신되고 있다” “올해 들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고공성장 중이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와 같은 경우다.

 체육이나 TV 관련 기사에서도 ‘신기록 경신’ ‘시청률 경신’과 같이 ‘경신’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이와 달리 ‘전세 계약 갱신’ ‘비자 갱신’처럼 비슷한 내용으로 ‘갱신’이란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경신’과 ‘갱신’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경신’과 ‘갱신’은 둘 다 ‘更新’이라는 한자를 쓴다. ‘更’을 '다시 갱'과 '고칠 경'두 가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신 ’은 기록경기 등에서 종전 기록을 깨뜨리거나 어떤 분야의 종전 최고·최저치를 넘어서는 경우에 쓰인다. “그는 마라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무더위로 최대 전력 수요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갱신’은 ‘경신’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여권을 갱신받았다” 등처럼 쓰인다.

 ‘시스템 갱신’ 등과 같이 컴퓨터에서 기존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도 ‘갱신’을 사용한다.

 ‘경신’이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갱신’으로 바꾸어 써도 된다. 즉 “전통은 역사의 추이에 따라 경신되고 변모되는 것이다”고 할 때는 ‘갱신’으로 바꾸어 “전통은 역사의 추이에 따라 갱신되고 변모되는 것이다”고 해도 무방하다. ‘자기 경신’ ‘환경 경신’ 등도 ‘자기 갱신’ ‘환경 갱신’ 으로 바꾸어도 된다.

 국립국어원은 ‘경신’과 ‘갱신’을 문맥에 따라 ‘고침’ ‘다시 고침’ 등으로 순화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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