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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엄마는 루머투성이 ‘메르스 카톡’ 중 … 믿을 만한 정보 소통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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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성탁 기자
교육팀장

‘왜 병원 내 감염자만 나오는지 아세요? 증상을 호소해도 중동을 갔다 왔거나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으면 검사를 안 해주기 때문입니다’.

 1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내용입니다. 일부 확진환자가 지역을 옮겨다닌 데 이어 여러 종합병원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병원 외부 지역사회에서까지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에서입니다. 당국이 일부러 검사를 해주지 않으니 지역사회 감염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글은 안 그래도 불안한 이들을 더 초조하게 만듭니다.

 해당 글이 퍼진 학부모 커뮤니티사이트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내 주변에도 의사까지 메르스를 의심하는데 핫라인에선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이가 있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한 학부모는 “정부가 격리대상자도 관리를 못하는 마당에 이런 얘기를 들으니 정말 학교고 뭐고 아이를 당분간 집에만 둬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합니다. 사이버 세상은 네티즌끼리 왈가왈부 중인데 어느 곳에서도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찾을 순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학부모들이 앞다퉈 학교에 휴업을 요청할 때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SNS에 확진 판정을 받은 자가격리 대상이 골프를 치러 집을 빠져나갔다며 거주하는 아파트명과 동·호수를 공개한 글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1차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남편의 직업과 자녀가 다닌다는 학교 정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일대 학교엔 종일 “휴교를 해달라”는 학부모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오해를 받은 학교 측도 홈페이지에 잘못된 내용을 공개적으로 바로잡진 않았습니다.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요즘 ‘메르스 카톡’에 열심입니다. 반모임 단체채팅방에서 각종 메르스 정보가 오갑니다. 방역 당국의 격리망이 뚫려 환자가 이곳저곳에서 나오니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들이 24시간 내내 접하는 내용이 루머인지 사실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여전히 매일 일정한 시간에 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정부가 뒤늦게 선보인 ‘메르스 포털’(www.mers.go.kr)에도 기존 안내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을 뿐 학부모들이 궁금증을 물어볼 통로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메르스가 잦아들더라도 전염병은 또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초고도 정보화사회에 사는 한국인의 의사소통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면 불안은 언제든 증폭될 겁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보건 분야 등에선 정부나 전문가들이 SNS 등을 통해 실시간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정부나 정치인들의 유불리에 관심이 없고, 단지 믿을 만한 정보에 목마를 뿐입니다. 그래야 불안을 떨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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