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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배배 꼬는 이 남자 쳤다하면 400야드 훌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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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제이미 새들로스키(Jamie Sadlowski·27·캐나다)는 세계에서 골프공을 가장 멀리 날려 보내는 사나이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새들로스키는 세계적인 권위의 리맥스 롱 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2008, 2009년)나 우승을 차지한 장타자다.

 새들로스키는 키 1m81cm에 체중 75kg이다. 장타자 치고는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인구 5000명의 시골 마을인 세인트 폴 출신으로 빠르지 않은 말투와 웃는 인상은 순박한 청년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공식 대회에서 445야드(2011년), 비공식으로는 475야드(2012년)의 무시무시한 드라이브 샷을 날린 괴물이다.

 그의 장타 비결은 ‘X-팩터(Factor)’에 있다. X-팩터는 백스윙 톱 때 만들어지는 어깨와 엉덩이(히프) 회전 각도의 차이를 뜻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보통 백스윙 톱에서 어깨는 90도, 히프는 50도로 40도의 X-팩터를 보이는데 이 차이가 클수록 상체 꼬임이 커지면서 장타를 날릴 수 있다고 한다. X팩터 이론은 존 안드리사니(미국)라는 교습가가 만들어 냈고 1992년 유명 교습가 짐 맥린(78·미국)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새들로스키는 백스윙 톱 때 어깨를 166도, 히프는 49도 회전시키면서 X-팩터가 무려 117도나 된다. 어깨 123도, 히프 49도를 회전시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평균보다 43도나 크다. 어깨 108도, 히프 44도를 회전시켜 64도의 X-팩터를 기록한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와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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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로스키의 X-팩터 수치는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다. 새들로스키는 남자 프로선수 치고는 마른 편이지만 어깨와 상체의 유연성이 좋다. 그는 “근육이 크다고 장타를 날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큰 근육은 동작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스트레칭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히프 회전을 최소화 시키면서 중심축을 잘 잡아주는 동작은 단단한 하체로부터 나온다. 새들로스키는 두 돌이 지나자마자 캐나다의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새들로스키는 “백스윙 때 상체의 스윙 축이 오른쪽으로 밀리지 않으면서 몸통과 골반 회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오른쪽 다리가 펴지고 스윙 축이 무너지면 어깨를 아무리 많이 돌린다 해도 파워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장타의 또 다른 요소는 헤드 스피드다. 새들로스키는 PGA 투어 평균(112마일·180㎞/h)보다 훨씬 빠른 평균 시속 146마일(235㎞/h)의 헤드 스피드를 낸다. 새들로스키는 “하키는 골프에 비해 백스윙이 작지만 스틱으로 퍽을 치는 동작은 골프의 임팩트와 유사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배드민턴의 스매싱이 헤드 스피드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 동작이 아주 좋다. 그러나 비거리를 늘리려면 스윙의 매커니즘보다는 약간 무거운 클럽을 들고 빨리 휘두르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비거리를 늘리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빠른 헤드 스피드를 감당하기 위해 그는 후원사인 캘러웨이골프가 특별 제작한 드라이버를 쓴다. 그의 캐디백 속에는 일반적인 드라이버(로프트 8.5도, 샤프트 45인치) 외에 장타용 드라이버(로프트 5도, 샤프트 길이 48인치)가 있다. 샤프트는 일반 스티프 제품의 3배 강도인 XXX를 쓴다. 이 클럽으로 평균 405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린다.

 새들로스키는 지난 2011년 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앞두고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PGA 투어의 내로라하는 장타자 버바 왓슨(37), 더스틴 존슨(31), 로버트 개리거스(38·이상 미국)를 가볍게 제쳤다. 그럼에도 새들로스키는 PGA 정규 투어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2011년과 2012년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두 차례 컷을 통과했을 뿐이다.

 캐나다 미니투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새들로스키는 PGA 2부 투어를 거쳐 정규 투어 입성을 노리고 있다. 새들로스키는 “장타 실력 덕분에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투어 프로의 꿈도 꿀 수 있게 됐다.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드라이버가 쇼이자 돈”이라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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