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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파탈 그녀, 보조 배터리도 예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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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팜므파탈

파우더 콤팩트를 닮은 보조 배터리 ‘뮤톤 에티켓 6000’. 여성용 파우더 콤팩트와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의 제품이다. 2개의 USB 출력 단자가 있어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디지털 카메라 등 다양한 IT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첨단기기 적극 구매하는 ‘테크파탈’ 여성 늘면서
향수병·팔찌 모양의 액세서리 같은 IT 제품 등장
전자회사는 물론 뷰티 브랜드서 스마트 기능 접목

테크파탈이란 새로운 IT 제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인형 대신 PC와 게임기를 가지고 놀면서 자라 IT 제품과 친숙하다. 이들이 남성 IT 이용자들과 다른 점은 제품 기능보다 브랜드나 디자인을 기준으로 IT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이다. 이런 테크파탈을 위한 IT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메라나 파스텔 색상의 노트북 정도가 아니다. 이제는 제품인 듯 액세서리인 듯한 단계로 까지 업그레이드돼 여심을 흔든다.

#외국계 기업 마케팅팀에 일하는 이윤경(36세)씨. 20대 여자 후배가 화장품 파우치 안에서 콤팩트처럼 생긴 보조 배터리를 꺼내는 것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편이 사준 자신의 투박한 배터리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전화, SNS, 인터넷 검색 등으로 쉴 새 없는 그의 스마트폰은 6시간마다 새로 충전을 해야 한다. 보조 배터리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이왕이면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도 예쁜 제품이 좋다. 당장 콤팩트형 보조 배터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3년 발표한 ‘소비패턴 변화와 기업의 대응 연구보고서’에서 테크파탈을 “최근 IT 신제품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계층”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마크 펜은 『마이크로트렌드』에서 첨단 가전제품 구매의 결정권이 2000년대 초반 이후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첨단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명확한 감성적 취향과 감식안을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는 여성소비자’에 대응해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굴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디자인과 색상, 브랜드 스토리, 접객 서비스 등 감성적 요소가 있어야 테크파탈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쿠론의 ‘스마트백 1.0;글림(Glimm)’. 가방 안에 스마트폰을 넣으면 가방 겉면에 부착된 사각 엠블럼에 전화, 문자, SNS 수신 등 스마트폰의 상태가 불빛으로 표시된다.

파우더 콤팩트야? 보조 배터리야?

이런 흐름에 대응한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씨가 눈독을 들인 여성용 파우더 콤팩트 모양의 보조 배터리는 ‘뮤톤 에티켓 6000’이다. 뮤톤은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로 휴대가 편리하다. 거울을 보며 화장을 자주 고치는 여성들의 특성을 생각해 거울도 내장돼 있고, 2개의 이동식 저장장치(USB)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핸드백 브랜드 ‘쿠론’(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사물인터넷(사물끼리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백 1.0;글림(이하 글림)’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백 안에 넣으면 자동으로 백과 스마트폰이 연결돼 스마트폰의 상태가 백의 외관에 표시된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착신 상태가 백의 겉면에 부착된 사각 엠블럼에 다양한 색깔의 불빛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일정 거리 이상 스마트폰과 글림이 떨어지면 엠블럼에서 경고 불빛을 내서 스마트폰 분실을 방지해 준다. 쿠론 기획팀의 박세윤 차장은 “패션과 편리함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니전자가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KW11’. 향수병을 닮은 디자인에 보석으로 장식했다. 인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기능이 있다.

소니전자의 디지털카메라 ‘KW11’는 향수병을 닮은 외관이 특징이다. 인물 사진에 특화된 기능 때문에 셀카 속 주인공이 여신처럼 나온다고 해 ‘여신 카메라’로 불린다. 소니코리아는 이 제품을 여성 맞춤형 카메라로 내놨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여성들의 사진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며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능을 강화했고, 외관도 여성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여성들을 위해 하루의 음식 섭취 기록을 기록하고 체중을 관리해주는 웨어러블(몸에 작용할 수 있는) 기기도 등장했다. ‘미스핏 샤인’은 500원짜리 동전처럼 생긴 샤인을 목에 걸거나 손목에 차면 사용자의 활동량을 분석해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준다. 이 숫자를 토대로 운동 시간을 늘리거나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목걸이나 팔찌 형태도 있고, 간편하게 옷이나 신발에 부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미스핏 샤인’. 블루투스로 무선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다. 수심 50m에서도 완전 방수된다. 수영할 때나 샤워할 때도 착용 가능하다. 2013년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와 에이스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IT 제품도 패션 같은 자기표현 수단

미스핏과 스와로브스키가 협업한 제품인 ‘미스핏 스와로브스키’. 아직 국내엔 출시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목표 운동량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석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제품들도 있다.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활용한 USB나 스타일러스 펜 등이 있다. 이지연 스와로브스키 마케팅팀 부장은 “IT 제품이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이 되면서 개성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제품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스와로브스키의 디자인을 IT 기기에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마트워치 기능을 갖춘 인텔의 스마트 팔찌 ‘미카’, 태양광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타미힐피거의 태양광 충전 재킷 ‘솔라 자켓’, 문자나 알림을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링리’의 반지형 스마트링, 립스틱처럼 생긴 태블릿 스타일러스 펜인 ‘아이글램 립스틱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을 충천해주는 이탈리아 가죽 핸드백 ‘레오트 충전백’ 등도 있다.

전문가들은 IT 기기가 남성들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이제는 IT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잘 활용하는 여성들이 쿨하다는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전통적인 여성의 영역이던 패션, 생활용품을 넘어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자제품, 자동차, IT에 대한 구매 결정권까지 주도하는 추세다.

성용준 고려대 소비심리학과 교수는 “화장품, 가방, 패션을 통한 자기표현에 한계를 느낀 여성들이 한 단계 진화한 형태의 표현 수단으로 IT기기를 구매한다”며 “패션이나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이런 추세에 맞춰 IT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NS는 여성들의 IT기기에 대한 관심을 확대했다. 성 교수는 “SNS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나만의 개성을 과시하는 통로로 활용되면서 SNS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사도 커졌다. IT 제품에 대한 여성들의 구매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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