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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북한 영변 외 비밀 핵 시설 운영 추정"

중앙일보

입력

미국 국무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비밀 핵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국무부는 ‘2015 군비통제ㆍ비확산ㆍ군축 이행 보고서’에서 영변 핵 시설의 문제점을 거론한 뒤 “미국은 북한 내에 추가적인 미신고 핵 시설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개연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발표된 2014 보고서는 북한의 비밀 핵 시설 가능성이 담겨 있지 않았다. 2015년 보고서는 그러나 비밀 핵 시설이 있다고 추정되는 지역이나 시설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 시설 징후를 구체적으로 포착했는지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선임 연구위원은 “미신고 핵 시설은 2008년 북한이 외부 공개를 거부했던 핵폐기물 저장소 등일 수 있다”며 “그러나 만약 북한이 우라늄 광산이나 공장 인근에 비밀 원심 분리기 시설(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용한다는 첩보를 미국이 확보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차두현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영변 핵 시설로만 보면 핵 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핵 물질을 축적하는 데는 제한적”이라며 “북한이 영변 외의 다른 어딘가에서 농축 우라늄이건 플루토늄이건 핵 물질을 몰래 만들고 있다고 미국이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것 같다”며 “북한의 추가 핵 시설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현재 핵 개발을 고수하는 북한의 태도에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찾기 어려우며 따라서 6자회담을 여는 자체마저 쉽지 않으며 북핵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2015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 “지난해 북한이 보여준 핵 활동과 성명들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의무를 준수할 뜻이 없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영변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에 대해 “성공적으로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면 북한으로선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을 얻으면서도 핵 무기 제조를 위한 핵 분열 물질을 생산하는데 이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의 생물 무기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한이 공격용으로 생물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은 오랜 기간 동안 생물무기 능력을 확보해 왔고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북한ㆍ시리아 연계설을 이번에도 지적해 “시리아는 2007년 9월까지 북한인들의 도움을 받아 알키바르의 미공개 원자로를 건설했다”고 확인했다. 워싱턴=

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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