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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황병서, 김정은보다 앞서서 걷다가 화들짝 놀라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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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인자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보다 앞에 서있음을 깨닫고 뒤로 네 걸음을 걷는 모습이 7일 관영 방송인 조선중앙TV을 통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에서다.

이 장면은 북한이 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김정은 인민군대 사업 현지지도 주체 104(2015년) 4-5’라는 제목의 약 1시간 분량 기록영화에 나온다.

여기서 황 총정치국장은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던 중 자신이 약 한 발걸음 정도 김 위원장보다 앞서 있는 ‘불경(不敬)’을 저질렀음을 뒤늦게 깨닫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다급한 듯 네 걸음을 걸어 김 위원장의 뒤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대로 포착됐다.

조선중앙TV는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 방송이다. 최근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이 선전선동부의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이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그런 선전선동부가 황 총정치국장의 이런 영상을 여과없이 내보낸 데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 지도층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며 “2인자까지 이렇게 조심하고 있다는 점을 새기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13일 밝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및 처형 가능성과 맞물려 북한의 공포 정치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 7월 당시 북한군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두고 일본 교도통신은 그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김 위원장과 같은 줄에 서서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다른 간부들은 김 위원장보다 한걸음 뒤에 서서 참배를 했으나 리 총참모장은 같은 선상에서 참배를 했다. 두 달 후인 9월 금수산 참배 궁전에선 모든 간부가 김 위원장보다 한걸음 뒤에서 참배를 했다.

경남대 김근식(북한학) 교수는 “김 위원장이 주민에겐 감성적 스킨십을 하면서 지도층에겐 공포정치를 하는 독재자들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며 “다수인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지도층을 옥죄는 ‘다수의 독재(tyranny of majority)’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현영철 숙청에 대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에서는 현 부장이 참석했던 행사 전체가 통째로 편집돼 숙청된 자에 대한 ‘흔적 지우기’ 작업이 진행 중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조선중앙TV가 과거에 제작해 재방송하는 영상에서는 현 부장이 등장한다.

지난 6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모란봉악단 노래 영상에도 현 부장이 김 위원장을 지난 2012년 수행하며 박수를 치는 장면이 나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영상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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