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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닮은 파스타, 식감은 쫄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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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28면

이 시리즈를 맡은 기자로서 이탈리아는 단연 욕심이 나는 나라였다. 리조또·파니니·차바타·티라미수·모차렐라·에스프레소 등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이탈리아 음식을 대려면 끝도 없을 터. 주한 이탈리아 대사 부인을 만나야겠다는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두 달 전쯤, 대사부인들이 대거 참석한 자선 바자회에서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직원을 발견한 것이다. 그에게 무턱대고 마리아 조반나 파디가 메르쿠리 부인을 소개해달라 했다. 부인을 찾아 나서며 직원이 내게 귓속말로 말했다. ‘사모님이 굉장히 활달해요. 이탈리아 사람의 에너지를 단번에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대사 부인과 함께 하는 요리 <8> 이탈리아 대사 부인의 ‘뇨끼’

실제 만나보니 그는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정열적이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똑 부러진 목소리로 바자회에 내놓은 음식들을 소개하며 취재에도 흔쾌히 응했다. 무슨 요리를 준비할까 궁금했는데 ‘로마식 세몰리나 뇨끼(Gnocchi)’를 택했다. 뇨끼는 파스타의 일종이지만 면이 아니다. 마치 수제비나 떡에 가깝고 식감 역시 쫀득쫀득하다. 그런 뇨끼와 짝을 이룰 한식으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스카이라운지 업장장 원대영 셰프는 궁중 떡볶이를 준비했다.

우유 섞어 반죽하고 치즈 뿌려 요리
메르쿠리 부인이 준비한 레시피는 특별히 로마제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했다. 로마가 위치한 라치오 주에선 코스 음식 중 가장 먼저 나오는 요리이기도 하다. 이 로마식 뇨끼의 레시피는 조금 특별하다. 보통 알고 있는 것처럼 감자가 아닌 세몰리나(밀을 가공한 것으로 밀가루와 비슷하나 그보다 입자가 거칠고 오톨도톨하다)와 우유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파마산 치즈와 그뤼예르 치즈를 얹어 만든다. “반죽은 원형 모양으로 자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 상상력을 발휘해 다이아몬드나 꽃 모양으로 만드는 걸 즐겨요. 모양이 예뻐 먹을 때도 기분이 좋아지죠.”

이탈리아 요리에서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건 뇨끼 뿐만이 아니다. 지역별 특색이 뚜렷해 동네 별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무한 가지 메뉴가 요리된다. 치즈·올리브 오일·와인을 요리에 곁들이는 정도가 공통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식사가 하나의 사회적인 활동으로 여겨져 사람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친구 또는 가족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인생의 참뜻을 알아가죠.” 메르쿠리 부인이 덧붙였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식사는 코스 요리로 음식의 종류만 서너 가지 돼요. 공휴일이나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에는 몇 시간에 걸쳐 잔치를 벌이기도 한답니다.” 또 단순함을 추구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걸 중시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별로 복잡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런 그녀가 가장 즐기는 한식은 떡. 쫀득쫀득한 질감이 그녀의 고향 불로냐에서 흔히 먹던 리조또와 덤플링과 비슷하다고 했다. “아무리 파스타가 국가적으로 유명하더라도 북부 지방에선 아직 쌀이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이에요. 오랫동안 유지해온 식습관이 아직 지속되고 있는 셈이죠.”

뇨끼가 완성되자 원 셰프는 한 입 먹어보더니 본인이 호텔에서 만드는 것과 다른 묘미가 있다고 했다. “오늘 로마 방식을 접하니 이렇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제가 만든다면 치즈를 좀 더 많이 사용해 그 맛을 부각시키고 싶어요. 우유에 소금 간을 살짝 더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반적으로 맛의 밸런스가 잘 맞아 훨씬 풍요롭게 느껴질 것 같아요.”

쇠고기·채소 … 영양 균형 맞춘 궁중 떡볶이
궁중 떡볶이를 요리할 차례가 되자 원 셰프는 미리 준비한 재료들을 대사 부인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앞서 요리한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게 궁중 떡볶이는 맛이 강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어 둘이 조화를 이룰 거라 자부했다. “이탈리아 요리는 소박하면서 담백하고 건강을 추구하는 음식이에요. 그런 면에서 궁중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또 궁중에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쇠고기와 떡·채소를 곁들여 영양면에서도 완벽하죠.”

로마식 세몰리나 뇨끼와 어울릴 만한 또 다른 한식으로는 해물과 채소를 곁들여 만드는 해물 잡채를 선정했다. 그러면서도 원 셰프는 단호했다. 이탈리아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대로, 한식은 한식대로 즐기는 게 진정한 미식가라 했다. “이탈리아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한식을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뇨끼 그대로 음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죠.”

대사 부인은 요리과정을 유심히 살폈다. 한국에서는 고국에서 흔히 먹던 살라미 소시지나 모르타델라 소시지처럼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와 치즈를 찾을 수가 없어 예기치 않게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가끔 이탈리아 음식과 한식을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먹기도 해요. 사실 맛은 그런대로 정말 좋기도 해요. 비빔밥과 리조또가 어울릴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원 셰프는 궁중 떡볶이를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알맞은 간장 밑간으로 주재료와 부재료 간에 균형된 맛을 찾아내는 거라 말했다. 일반인들이 주로 이 단계에서 참기름을 과하게 쓰는 실수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대사 부인은 궁중 떡볶이를 한 입 먹어보더니 ‘균형된 맛’이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열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 잘 짠 레시피를 이용했군요. 고기를 섭취하여 단백질을 더하고, 떡으로 탄수화물 보충을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게다가 참기름도 적게 사용하셨으니 훌륭합니다.”

칭찬에 힘입어 원 셰프는 여름철에 어울리는 오이를 채 썰어 넣어 볼 것을 권유했다. “껍질만 도려내 소금 간을 살짝 하고 버무려 먹으면 색감과 청량감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대안으로 피망도 추천했다. “초록색은 호박에서 뽑아냈으니 빨간 피망을 이용하는 것도 시각적인 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 로마식 세몰리나 뇨끼 (4인분)

주재료: 세몰리나(밀을 가공한 것으로 밀가루보다 입자가 거칠고 오톨도톨한 가루) 250g, 우유 4컵, 소금간 하지 않은 버터 100g, 소금 한 자밤(손끝으로 잡히는 분량), 달걀 노른자 2개, 파르메산 치즈 가루 120g, 그뤼에르 치즈 가루 30g, 갈은 육두구 1개

만드는 방법
1. 냄비에 우유, 버터 2T, 소금, 갈은 육두구를 섞어 끓인다.
2. 여기에 세몰리나를 부어 덩어리가 생기지 않게 힘차게 섞는다. 약한 불에 5~7분간 더 끓인다.
3. 불을 끄고 달걀 노른자와 파르메산 치즈 가루 80g를 더해 힘차게 섞어 반죽 상태로 만든다.
4. 물을 살짝 뿌린 식탁에 세몰리나 반죽을 붓는다. 물 묻은 칼로 반죽을 1cm 두께로 넓게 펼쳐 20분간 식힌다. 이렇게 하면 반죽이 비교적 단단해진다.
5. 빵틀에 버터를 바른 뒤 오븐을 200도로 미리 맞춘다.
6. 칼을 이용해 세몰리나 반죽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자른 뒤 빵틀에 서로 살짝 겹치게 담는다.
7. 남은 파르메산 치즈 가루와 그뤼에르 치즈 가루를 뿌린다. 남은 버터를 녹여 붓는다.
8. 오븐에 20~25분 동안 구운 다음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 궁중 떡볶이 (3~4인분)

주재료: 가래떡 250g, 호박 오가리 5장, 표고버섯 3장, 쇠고기(안심) 100g, 계란 1개, 숙주 100g, 당근 30g, 양파 50g, 올리브 오일 10mL, 참기름 15mL, 간장 20mL, 다진 양파 5g, 다진 마늘 3g, 설탕 10g, 소금 10g,꿀 6g, 물 50mL, 소금 10g, 깨소금 5g, 후추 한 자밤, 깨 5g

만드는 방법
1. 표고버섯과 호박오가리를 미온수에 3시간 동안 불린다.
2. 가래떡을 길이 6cm로 잘라 6등분 한다. 센 불에 30초 동안 끓인 뒤 참기름 5mL와 간장 5mL에 버무린다.
3.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길이 8cm로 자른다. 당근은 길이 4cm로 잘라 숙주와 함께 소금 간한 물에 중불로 30초간 끓인다.
4. 양파를 길이 4cm로 채 썬다.
5. 계란으로 백, 황 지단을 부쳐 길이 5cm로 채 썬다.
6. 불려놓았던 표고버섯과 호박오가리를 5cm로 채 썰고, 고기도 길이 5cm로 채 썰어 간장 10mL, 소금, 다진 양파, 다진 마늘, 참기름 5mL, 깨소금, 후추와 섞는다.
7. 소스를 위해 간장 5mL, 소금 1t, 꿀, 물, 참기름 5mL을 섞는다.
8. 프라이팬에 양파, 고기, 표고버섯, 호박오가리, 숙주를 차례대로 넣어 고온에 1분 동안 볶는다. 소스를 부어 30초 더 볶는다.
9. 깨를 뿌리고 지단을 올려 마무리한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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