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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확진 권한 허용해달라” 복지부 “결과 번복 사례 있어 곤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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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03면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왼쪽)이 6일 메르스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검사 확진권 이양을 요구했다.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초를 메르스 확산세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나서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방역 권한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계속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메르스 쇼크] 정부·서울시, 방역권 놓고 또 충돌

여기에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정부와 협의 없이 독자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어 혼선이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6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의심 환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 논란도 부르고 있다. 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가 빈발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35번째 확진 환자(의사) 동선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메르스 확진 권한을 이양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박 시장은 “복지부가 감염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대형병원 의사인 35번 확진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시장으로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확진 권한을 질병관리본부만 보유하고 있어 검진과 확진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며 “서울시 환경보건연구원에도 확진 판단 권한을 확대해 달라”고 주장했다. 전날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35번째 환자가 메르스 증세가 생긴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는데도 복지부가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비판한 데 이어 확진 권한까지 요구한 것이다.

복지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확진 권한 이양은 절대 불가하며 35번째 환자 정보는 이미 다 제공했는데 박 시장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현재 1차 검사는 광역자치단체(산하 보건환경연구원)가 맡고 있는데 검사 결과 양성이면 격리병동 입원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1차에선 양성이었으나 2차 질병본부 검사에선 음성으로 뒤집힌 경우가 2건이나 있어 최종 판정은 중앙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최경환(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무총리 대행도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의 다른 목소리는 사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최 국무총리 대행은 “부처 간 협업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한 몸이 돼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박 시장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도 박 시장과의 ‘메르스 갈등’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중앙 거점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메르스 갈등이 정쟁으로 비화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또 “박 시장이 독자 행보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정부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확진 권한을 이양하면 방역체계가 이원화되고 컨트롤타워가 나뉘는 결과를 초래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 최보율(예방의학)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관성 있게 역학조사를 하고 통합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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