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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기 감염, 확증 없지만 가능성 배제 못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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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06면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원인이 제한된 형태의 공기 전파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바이러스 전파력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飛沫·droplet)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는 굵은 침방울을 말한다. 환자가 배출한 침방울에 노출되면 입·코·눈을 통해 감염되기 쉽다. 비말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1~2m 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료간병하면서 환자와 밀착 접촉하면 감염 위험이 높지만 일반적인 사람과 사람 간에는 공기를 통해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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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 의학연구센터가 발표한 논문이 큰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메르스에 감염된 남자가 소유한 낙타농장의 헛간에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을 발견했다”며 “이는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흘 연속 헛간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했는데 첫날 샘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낙타 9마리 중 1마리는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공기 중 바이러스 조각의 유전자 정보와 사망자·낙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르스도 감기나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일 수 있다”며 “알려진 것보다 전파가 더 쉽고 빨라지면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의료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 마크 데니슨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일 뿐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고 결론짓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과학연구기관인 에코헬스얼라이언스의 케빈 올리벌 선임연구원도 “아픈 낙타의 콧속 분비물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니 헛간 공기에 바이러스 입자가 퍼져 있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청(NHS)은 이 연구가 사람 간의 2차, 3차 공기 감염 가능성을 밝히기보다는 1차 감염자가 낙타로부터 어떻게 메르스를 옮았는지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개방된 넓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도 의료계는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의료진 등 환자를 곁에서 접촉하는 이들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진에게 환자와 접촉할 때 비말·공기 감염에 대비한 예방수칙을 지킬 것을 권고한다. 병원은 인공호흡기와 기관 내 삽관, 가래 제거 등의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품은 에어로졸(수분 미세입자)을 배출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CDC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소의 실험(2012년)에서 환자가 뿜어낸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20분 이상 떠 있었다. 병실처럼 꾸민 시뮬레이션 실험실에서 환기 시설을 멈춘 뒤 기계를 이용해 기침을 만들어보니 지름 0.3~0.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에어로졸이 병실에 가득 퍼져 20분 이상 떠 있었다. 메르스는 에어로졸 상태에서 습도가 낮으면 더 오래 생존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실험(2013년)에서 메르스 에어로졸은 온도 20도, 습도 40%인 환경에서는 활동력이 7% 둔해졌지만 70%에서는 89%나 줄었다. NIH는 “공기 중에서 생존력이 있다는 것은 메르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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