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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2개 포대 운용 땐 원주·대구가 최적 포인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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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08면

사진 장영근 교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은 ‘북극성-1’로 알려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 동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북한 국방위원회가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핵 타격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며 중단거리 로켓은 물론 장거리 로켓의 정밀화·지능화도 최상의 명중 확률을 담보할 수 있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대칭 전략무기인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공격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 사드의 군사적 효용은

이러한 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까. 그 군사적 효용성은 얼마나 될까. 사회적 논란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드의 성능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연구를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북한이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 군 지휘본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대, 국가 핵심 시설인 경남 고리원전을 표적으로 노동미사일로 공격할 경우를 상정해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두 가지 방어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발사 징후를 탐지해 미사일 발사 전 선제 타격을 통해 무력화하는 킬체인(Kill-Chain) 체계다. 다른 하나는 이를 피해 북한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이를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다.

북 영저리 기지서 서울·계룡대 타격 가능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중 사거리가 300~500㎞에 달하는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기가 작은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잠재적 핵탄두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1500㎞에 이르는 노동미사일이다. 통상 미사일은 도달할 수 있는 최소 및 최대 사거리를 미리 결정한 뒤 설계를 한다. 사거리는 추력조절장치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500㎞에 달하지만 추력조절을 통해 1~1.5t의 핵탄두를 싣고 500㎞ 안팎의 단거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 양강도 영저리 등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서 서울이나 충남 계룡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가 사드 배치이며, 사드의 효용성은 논란의 핵심이다. 사드 배치 찬성파들은 KAMD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고도 20㎞ 이하 종말 단계의 저층 방어만을 맡고 있어 실패 때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드를 배치하면 고도 40~150㎞로 비행하는 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지난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주한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반대파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의 일환이며 성능 측면에서도 우리 국토의 특성상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의 후보지로 경기도 평택, 강원도 원주, 대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드는 대기권 내의 성층권과 전리층권 사이(지상 100㎞ 내외)에서 탄도미사일을 공격한다. 미사일에 내장된 요격체가 적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것이 목표다. 사드는 발사 통제 및 통신 시스템, 부스터, 요격체, 발사대,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다. 적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X밴드 레이더가 이 미사일을 포착하게 되면 사드 포대가 타격지점을 예측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원주 배치 땐 서울 방어 여유시간 69초
현재 공개된 사드 요격용 미사일은 길이 6.17m, 직경 0.34m, 중량 900㎏, 사거리 20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분리형 유도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요격할 탄도미사일의 위치와 방향 등에 관한 자료를 전송받아 실시간 추적해 요격한다.

이를 위해 사드는 요격용 미사일 발사 전에 미리 적 미사일을 탐지하고 식별해야 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약 93초다. 이는 2012년 북한의 은하-3호 로켓 발사 때 우리 세종대왕함의 탐지 및 식별에 소요됐던 시간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사드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시간은 총 110초 정도로 예상된다. 사드의 레이더 성능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 성능이 향상된다면 발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 효용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북한이 영저리 미사일 기지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노동미사일로 서울·계룡대·고리원전 등 3곳을 공격할 경우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평택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서울을 공격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여유시간은 50초, 원주에선 69초, 대구에선 방어 불가능으로 나왔다. 원주가 서울 방어를 위한 사드 배치의 최적지라는 의미다. 요격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요격 가능 고도 범위도 더 넓기 때문이다.

계룡대가 목표일 경우 사드 요격 가능시간은 평택 75초, 원주 67초, 대구에선 방어 불가능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계룡대의 군 지휘부와 핵심 군사시설 방어를 위해선 평택이 적합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고리원전이 타격 목표일 경우에는 평택과 원주에선 방어 불가능, 대구는 요격을 위해 142초의 여유를 갖게 된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스커드미사일로 공격할 경우에도 사드의 성능은 노동미사일 때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서 사드는 중·단거리 미사일 또는 준장거리 미사일(IRBM)이 하강할 때 요격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처럼 사거리가 짧고 최고 고도가 150㎞ 안팎인 미사일을 공격할 때는 그 성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가의 중추 기능이 모여 있는 서울을 목표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후방 지역보다 탄도미사일의 비행고도가 낮고 사거리가 짧아 사드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시간·공간적 여유가 적다는 의미다.

이처럼 사드가 제한적인 성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효용성을 무시할 순 없다. 다층화된 요격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드가 고도 40~100㎞에서 1단계 요격을 시도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패트리엇-3 미사일을 발사해 하층 고도인 20~30㎞에서 재차 요격을 할 수 있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필요하더라도 도입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드 포대의 수와 관련된 효용성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최근 언론은 사드를 배치할 경우 2개 포대 도입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드 2개 포대 배치를 가정하고 연구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배치 지역은 원주와 대구에 배치하는 것이다. <왼쪽 아래 그림> 대도시와 핵심 군사시설, 핵발전소 등을 포함한 가장 넓은 지역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택·원주 배치는 중부 지역 방어에는 효과적이지만 남부를 전혀 커버하지 못한다. 고리원전을 비롯해 부산·울산·포항·대구·여수·광주 등의 도시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평택·대구에 배치할 경우에는 영동 지역이 방어망에서 빠진다. 반면 원주·대구에 배치하면 호남 일부 지역과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지역 대부분을 방어할 수 있다.

킬체인·KAMD와의 보완성도 고려해야
미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평택에 사드 배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적으로 자국 군에 대한 방어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단순히 고성능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등을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전자파를 발산하는 레이더의 특성상 안전한 운용을 위해서는 상당히 넒은 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구가 밀집한 평택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여부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방어를 위해서는 또 다른 고려사항도 있다.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북한 미사일 성능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개발 중인 요격용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의 고도를 30~80㎞로 맞추는 게 필요하다. 즉, 중거리 또는 저고도미사일방어 체계에 적합하게 개발하는 게 KAMD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KAMD와의 보완성 등도 면밀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국방광역감시 특화연구센터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전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미국 버지니아공대 및 테네시주립대에서 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는 『인공위성시스템』 외 다수가 있으며 국내 외에서 논문 22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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