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라는 시리아 사막의 고대 도시다. 수도 다마스쿠스와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다. 메마른 사막에 도시가 번창한 것은 오아시스이기 때문이다. 팔미라(Palmyra)는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 오아시스가 없었다면 동부 지중해의 항구도시들과 동방의 페르시아를 잇는 무역은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실크도 이 도시를 거쳐 로마에 전해졌다.
도시의 주인은 제국의 흥망에 따라 변했다. 아시리아와 페르시아, 그리스 계열의 셀레우코스 왕조, 로마제국이 도시의 역사를 써나갔다. 기원전 1세기 중반 로마의 영향권에 편입됐지만 로마와 동방의 강국 파르티아 사이에서 독립성을 유지했다. 3세기 중반 제노비아 여왕 치세에 판도가 최대한으로 확장됐다. 로마가 혼란한 틈을 타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로마의 내분을 수습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파괴당하고 다시는 옛 영화를 회복하지 못했다.
팔미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사막에 펼쳐진 폐허는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축의 보고다. 이곳을 지난 달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점령했다. 친정부 성향 시민 수백명이 살해당하고 시리아 정부는 도시를 탈환하기 위해 수십차례 공습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들려온다.
세계의 이목은 팔미라 유적의 안전여부에 집중됐다. IS가 이라크 님루드, 모술의 박물관에서 고대 유적을 파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팔미라를 점령한 IS측은 ‘우상 숭배에 해당하는 조각상은 파괴하겠지만 유서깊은 건축물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전기와 빵을 공급하며 환심을 사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결국은 유적을 파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대에 ‘사막의 신부’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는 다시 전쟁터가 되었다.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과 뒤를 이은 IS의 점령으로 팔미라의 고대 유적은 풍전등화의 운명을 맞고 있다. 사진은 2008년 고대 로마세계를 여행할 때 촬영했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