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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의 시대공감] 그래도 신흥시장 주가는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의 ‘2015 세계 투자자 심리조사(GISS)’는 투자자들의 관심ㆍ오해ㆍ편견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놀라운 점들도 몇 가지 나타났다. 올해 조사는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23개국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11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투자심리를 나타내 왔는데 특정 시장에 대해선 다른 시장보다 더 낙관적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국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두 나라 응답자의 64%가 올해 자국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투자자들은 비관적이었다. 자국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는 46%에 그쳤다. 특히 이번 조사국 중 브라질 투자자들의 낙관 정도가 지난해 대비 19% 하락하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절반 이상인 56%가 자국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심리는 지난해 대비 12% 상승하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일부 투자자들, 특히 서방 국가의 투자자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중국에 거주하는 투자자들만큼 중국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계속해서 글로벌 성장을 주도할 것이고 투자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는 나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2010년 중국의 성장률이 10.4%를 기록했을 때 중국 경제에 약 6000억 달러가 유입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3년엔 이보다 낮은 7.7% 성장에 그쳤지만 90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됐다. 그러니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경제활동 자체는 여전히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고 있고, 그들의 임금도 상승세이기 때문에 중국의 인프라 발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공산당 3중전회에서 발표한 광범위한 경제개혁안이 신흥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안은 주요 규제의 완화, 시장 자유화, 민간의 산업 및 금융업 진출 허용, 외국 기업의 보다 자유로운 투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완화된 외국인 투자법 입법에 특히 고무되고 있다. 합자회사 설립을 위해 매번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기존의 중국법 체계에선 접근할 수 없었던 산업에도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조사에선 인도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조사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당선되기 전에 실시됐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희망적인 미래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인도 증시는 2014년 한 해 30% 가까이 오르며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시장 중 하나였다. 올해 조사에서도 인도 투자자들의 86%가 인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답변했고 97%는 투자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 또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물론 투자심리나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시장의 퍼포먼스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서 돌아가신 존 템플턴 경의 말씀이 떠올랐다. “강세장은 비관론으로 태동해, 회의론을 통해 성장하며, 가장 낙관적이고 행복을 만끽할 때 끝난다.”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인도와 중국처럼 수 년 간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했던 시장에서 단기적인 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신흥시장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해 선진국 투자자들보다 배 이상 우려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선진국 투자자들은 유로존 재정 상황에 대해 신흥시장 사람들에 비해 두 배 이상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선진국 투자자들에 비해 장기적인 투자목표 달성에 더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재미있게 생각한 부분은 '어느 주식시장이 올해 제일 많이 오르겠냐'는 질문에 '아시아'와 '미국'이라는 대답이 비슷했지만 '10년 후'라는 조건을 붙이자 '아시아'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이 시대에 장기 투자, 특히 신흥시장 장기 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투자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기간으로 응답자의 59%는 ‘2년’, 32%는 ‘1~2년’을 꼽았다. 이것도 불쾌한데 21%는 심지어 ‘6~11개월’이라고 대답했다. 짧은 기간에 재미를 보려고 주식에 투자해선 안된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에선 5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한다. 여러가지 투자 요소가 실행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투자를 하려면 제발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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